모기연대기
2020-10-05 송태한
모기 연대기 /송태한
저의 사랑은 아이러니
혹독한 대접에 종종 줄행랑도 놓지만
그것마저 끈적한 집안의 내력
땀 내음 향그러운 살가죽 밑
숨 막히는 의식의 시간
질펀한 흡혈의 습관 속
파르르 떨리는 더듬이
당신을 찾아나서는 노정은 흡사
전쟁터와 다름 아니죠
정복의 순간 감격에 겨워
정으로 비각을 새기는 제왕들과 달리
가느다란 주둥이로 남기는 가문의 문장紋章은
송구하게도 붉은 반점
아득한 쥐라기 공룡이나 열사의 낙타
사기史記 속 성현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 예외가 없죠
끊을 수 없는 중독에 쓸모
없는 듯 있는 듯 새리새리
대대로 물려받은 어둠의 실세
도처에 둥지를 튼 실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