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 : 적인가 우군인가?
삶에도 굴곡이 있듯이, 우리 몸속 활성산소도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적이 되어 우리를 죽이려고 공격하기도 한다. 세상일 어느 하나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국가의 도움으로 활성산소 연구센터로 지정받아 활성산소에 관해 연구한 지 어언 20여 년이 된다. 그동안 큰 연구업적은 내지 못하였으나 나름 작지만 의미 있는 발견을 하여 학계에 발표할 수 있었고, 나와 함께 연구한 30여 명이 박사학위 취득 후 국내외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니, 국가 연구비를 낭비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교수 생활을 보람차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 교수들과 국가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우리는 산소 없이 살 수 없다. 매 순간 호흡하면서 산소를 이용하며 살고 있다. 호흡하지 못하여 산소가 결핍되면 대부분 사람은 5분 후에는 뇌사 상태에 빠지고 8분 뒤면 사망한다. 호흡하여 폐로 들어간 산소는 적혈구를 통하여 우리 몸 전신으로 공급된다. 이렇게 중요한 산소는 대기 가스의 약 21%를 구성하고 있고, 질소가 78%를 차지하고 있다. 지구 대기와는 달리 우주는 수소 75%, 헬륨 24%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상의 산소는 대부분 광합성작용으로 만들어진다. 광합성작용을 하는 생물들은 태양광을 이용하여 물(H2O)과 이산화탄소(CO2)로부터 탄수화물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가 쓰레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화학구조를 보면 탄소와 물이 결합한 형태이다. 즉 이산화탄소에 있던 산소가 빠져나온 것이다. 산소는 대양의 식물성플랑크톤과 조류가 약 4분의 3을, 육상 식물이 나머지 4분의 1을 만든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현재 생산되는 속도로 산소가 만들어진다면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들이 2000년쯤 후에야 오늘날 지구 대기 상의 농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공짜로 무한히 공급받는 산소가 참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산소는 우리 몸속에서 대사 작용을 도울 뿐만 아니라 지구 상공에 오존층을 형성하여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주기도 한다. 오존층이 생김으로써 비로소 육상생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위에서 보듯이 산소는 우리 생명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다만 공짜로 무한히 공급되기 때문에 우리가 산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언제부터 공기 중에 산소가 존재하기 시작하였을까? 지구는 약 45억 6천 년 전 탄생하였는데 이때는 지구에 산소가 없었다. 약 35억 년 전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최초로 지구에 출현하였다. 이 세균은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 산소를 만들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든 초기 산소는 지구 광물 특히 철과 유기물을 산화시켰다. 이렇게 산화된 철은 대양에 축적되게 되었다. 이 산화철이 다시 환원되면서 산소가 바닷물에 녹아들었고, 이렇게 바닷물이 산소로 포화상태가 되자 비로소 산소가 공기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일이 약 27억 년 전에 이루어졌다. 이를 거대 산소화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이라고 한다. 물론 공기 중 산소 농도가 갑자기 올라간 것은 아니고, 거대 산소화 사건이 있기 전 약 5000년 전부터 대기 중에 산소가 아주 조금씩 쌓였다. 이러다 일정 농도를 넘어서게 되었고,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어느 정도 유지된 것이다.
이렇게 반응성이 큰 산소가 등장하자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살던 수많은 세균이나 원생생물이 멸종되었다. 일부 생물은 지금의 혐기성 세균으로 진화하였다. 대신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살면서 산소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 세균은 여러 형태의 생물로 진화하였다. 지금 지구상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생물은 바로 이 산소를 이용하여 살던 세균의 후예들이다.
약 19억 년 전에는 산소가 대기에서 다시 거의 사라지기도 하였다. 그랬음에도 이때에는 대기 산소 농도가 지구상 생물체 군집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원시 생명체들만이 존재했고, 이들마저 양적으로 워낙 적어 적은 대기 산소로도 이들 생명체가 충분히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는 5억 4,200만 년 전까지는 산소를 만들 수 있는 생명체-대양의 식물성 플랑크톤, 해조류나 육상 식물체-가 아주 적거나 없었기 때문에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약 2% 정도였다.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는 고생대의 첫 기로서 5억 4,200만 년 전에 시작하여 4억 8,830만 년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에 동물을 포함한 다양한 다세포 생물들이 갑자기 지구상에 출현하여 이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부른다. 캄브리아기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갑자기 15-35%로 증가하였다. 약 3억 년 전에는 대기 산소 농도가 35%까지 육박하게 되었는데 이때 생명체의 몸집이 가장 크다고 추정되고 있다. 산소를 이용함으로써 생명체가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산소가 이렇게 생물체 진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과학적으로 산소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 것은 18세기 후반에 들어서다. 산소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웨덴 사람 셸레(Carl Wilhelm Scheele)이다. 1773년에 발견하였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1774년에 독립적으로 산소를 발견한 영국인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1733-1804)를 산소를 처음 발견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프리스틀리가 셸레보다 논문 발표를 먼저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리스틀리는 플로지스톤설을 고수하였다. 플로지스톤설은 독일 과학자 베커(Johann Joachim Becher, 1635–1682)가 처음 주장한 학설로서 모든 가연성 물질에는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입자가 있어 연소과정에서 소모되고, 플로지스톤이 모두 소모되면 연소과정이 끝난다는 옛 학설이다. 프리스틀리에게서 새로운 공기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는 이 독특한 기체가 새로운 원소라고 인정하면서 1778년 이 물질에 '산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라부아지에는 1783년 플로지스톤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여 플로지스톤설을 없애 버렸다. 이럼으로써 라부아지에가 산소의 발견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라부아지에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하는 등 화학과 생물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로서 현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악덕 세리이기도 하였다.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거둔 죄로 프랑스 혁명 당시 길로틴으로 목이 잘리는 참형을 당하였다. 라부아지에가 참형을 당할 때 그의 제자였던 이탈리아 수학자 라그랑쥬(Joseph-Louis Lagrange)는 “혁명군들이 라부아지에의 목을 치는 데에는 수초면 되지만 프랑스에 그와 같은 두뇌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100년도 더 걸릴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라부아지에의 위대함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라부아지에는 지나치게 많이 거둔 세금을 이용하여 화학을 발전시켰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라부아지에의 업적은 거의 잊힐 뻔하였으나 부인 마리 안느 라부아지에(Marie Anne Lavoisier)가 라부아지에 사후에 적극적으로 알려 지금 우리가 라부아지에를 기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라부아지에는 그의 친구 아들인 두퐁(Éleuthère Irénée du Pont de Nemours)을 제자로 삼았는데 이 두퐁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1802년 자기 이름을 딴 두퐁 사를 건립하였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전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산소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게 기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부의 적 활성산소
외부의 적보다 때로는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 중에서도 우리 신체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놈이 있다. 바로 활성산소 (reactive oxygen species, ROS)이다. 우리 몸 세포의 다양한 곳에서 만들어지지만 주로 세포 속에서 에너지 (ATP) 만드는 일을 전담하는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에서 만들어진다. 물론 우리 세포 속에는 활성산소 만드는 일을 전담하고 있는 효소들도 있다. 우리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는 암, 심장병, 당뇨병, 노화 등 현대 모든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심지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발암물질도 많은 경우 우리 몸속에서 활성산소를 유발하여 우리 몸에 해를 끼친다.
활성산소가 우리 몸에서 노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미국 의사 하먼(Denham Harman)이다. 1956년에 처음으로 학술지에 이 이론을 발표하였다. 하먼의 주장 이후 활성산소의 존재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학계에서 활성산소 존재를 확실히 인정하게 된 것은 1969년에 듀크대 교수 프리도비치 (Irwin Fridovich)가 대학원생 맥코드(Joe Milton McCord)와 함께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SOD(superoxide dismutase)라는 효소를 발견하고 나서부터이다.
활성산소 전문가들은 프리도비치 교수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할 정도로 프리도비치 교수가 활성산소 분야에 끼친 공헌은 크다. 지금은 활성산소 연구가 너무 활발히 되고 있어 전문가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이다. 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와 이를 없애는 효소들도 많이 밝혀졌다.
우리나라 이서구 교수도 활성산소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특히 이서구 교수가 한국 과학자들과 함께 찾아낸 퍼록시레독신(peroxiredoxin)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효소인데 전 세계 많은 활성산소 학자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구하는 항산화 효소이다. 우리나라 학자가 기능을 밝힌 첫 번째 단백질이기도 하다. 이 단백질이 규명된 후로 우리나라 학자들도 각자 자기만의 유전자와 단백질을 찾아 기능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되었다. 지금은 많은 학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속의 DNA, 단백질, 불포화지방산에 붙어 이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세포에 유독한 작용을 한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활성산소에 의해 변형되기 시작하면 연쇄작용이 일어나 활성산소에 의한 피해를 점점 키워나간다. 물론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경우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활성산소가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도중에 부산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라고 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반듯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 같다.
우리를 살게 하는 활성산소
활성산소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이 유익한 일도 한다고 밝혀져 활성산소가 해를 끼친다는 그간의 학설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활성산소의 역할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활성산소의 유익한 면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연구팀도 오래전에 활성산소가 세포 분화에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밝혀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2011년에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초로 밝혀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이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1년 이상 여러 학술지로부터 게재를 거부당해 고생했다. 이 연구를 한 대학원생이 흘린 눈물만 해도 엄청날 것이다.
지금은 활성산소가 세포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설로 인정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결과를 발표하고 몇 개월 후 미국 노스 웨스턴 대학 (North Western University) 찬델(Navdeep S. Chandel) 교수도 같은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노스 웨스턴 대학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우리 내용을 잘 알고 있던 교수가 공저자로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가 논문을 내기가 왜 그리 어려웠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물론 내 추측일 뿐이지만. 과학은 첫 번째 발표자가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우리 논문 발표를 일부러 막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든 것이 상식적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과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정치도 잘해야 하나 보다. 이런 면이 한국 학자들이 겪는 이중고이다. 첫 번째는 좋은 연구를 해서 결과를 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술지에 발표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면에서 우리 학자들이 아무래도 더 고생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요약하면 활성산소가 전혀 없으면 세포가 살 수 없고 지나치게 많으면 세포가 해를 입게 된다. 활성산소를 적당량 유지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소식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 (비싼 것 아님) 먹으며 스트레스 적게 받고 사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생활을 잘 지키면 암이나 다른 만성병에도 덜 걸리고 건강히 오래 살 수 있다. 이 방법이 비싼 비타민 주사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돈도 적게 드는 일이니 일상적으로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미토콘드리아
우리가 먹는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이들을 섭취함으로써 우리는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에너지는 탄소와 탄소가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전자 결합에 비축되어 있다. 이러한 원소 간의 결합은 광합성 식물들이 태양에너지를 활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니 결국 우리는 태양에너지를 먹고 사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는 신은 태양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별빛이 우리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는 이유는 별들이 너무 멀리 있어 에너지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 별들 가까이에 생명체가 있다면 이 생명체들은 가까운 별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를 활용하며 살 가능성이 크다.
일부 사찰에서는 대웅전의 석가모니 부처 대신에 대적광전(大寂光殿)에 비로나자불을 모시기도 하는데, 이 부처가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 즉 태양이라고 한다. 원시인들만 태양신을 믿는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태양 덕분에 산다는 점을 갑자기 깨닫게 된 후로는 비로자나불이나 태양신을 믿는 사람들이 미개인이 아니라 오히려 현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탄소와 수소와 산소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이 우리 몸속에서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는 에너지와 이산화탄소와 물만 남는다. 이렇게 생긴 이산화탄소는 숨을 내쉼으로써 배출된다. 그런데 단백질에는 이들 성분 이외에도 질소 성분이 있다. 이 질소는 유레아(urea)라는 물질로 바뀌어 소변으로 배출된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탄소와 수소와 산소는 역시 이산화탄소와 물로 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미토콘드리아는 탄소 간의 결합에 전자 형태로 전환된 태양에너지를 우리 세포 속 에너지 즉 ATP로 만드는 일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즉 우리 음식물에 전자 형태로 바뀐 태양에너지를 잘 조절된 화학반응을 통해 ATP로 만드는 것이다. 이 화학반응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전자들은 우리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산소와 결합하여 물을 만들게 된다.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는 이렇게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숨을 쉬지 못하면 산소가 없어 전자가 물을 만들며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가 더는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를 통과하지 못해 ATP 생산을 하지 못하여 세포가 죽게 되고, 그 결과로 우리가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우리 음식물의 탄소 결합 사이에 존재하는 전자가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로 옮겨가 물을 만드는 과정 중에 불가피하게 생성되게 되는 부산물이다.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로 들어오는 전자 중 약 95%는 정상적으로 흘러가 네 개의 전자(e-=H+)가 하나의 산소 분자를 만나 두 개의 물 분자를 만든다 (4H++O2=2H2O). 이렇게 전자전달계를 잘 흐른 전자들은 ATP를 만들게 된다.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로 들어온 전자 중 5%는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전자전달계에서 새어 나와 산소와 만나게 되어 활성산소가 된다 (e-+O2=O2-). 미토콘드리아가 백 퍼센트 능률적인 기계가 아니어서 발생하는 일이다. 물론 사람이 만든 기계중에는 이렇게 효율 좋은 기계는 없다. 자연의 위대함이다. 너무 과식하거나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있으면 전자가 더 새어나가 더 많은 활성산소를 만든다. 소식이 건강에 좋은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 세포 속에서 에너지 생산에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그럼 언제부터 우리 세포 속에 존재하게 된 것일까? 지구에 산소가 존재하게 되자 산소를 활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미생물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미생물(원시 미토콘드리아)이 우연히 자기보다 덩치는 크나 산소를 활용하지 못하는 미생물 속으로 들어가자 둘 다 사는 것이 편해졌다.
산소를 이용하지 못했던 숙주는 산소를 이용한 세포호흡을 할 수 있게 되어 같은 영양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 즉 ATP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원시 미토콘드리아는 숙주 내에서 살게 됨으로써 편하게 생존을 보장받고 양질의 양분을 공급받게 된 것이다. 양자 모두 더 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약 17-20억 년 전 일이다. 시간이 가면서 원시 미토콘드리아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유전자 중 최소한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주인 생명체인 숙주에게 다 주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 미토콘드리아에는 아주 짧은 DNA 가닥만이 남아 있다. 이런 관계를 세포내공생(endosymbiosis)이라고 하는데 이는 미국 여성 진화학자 마굴리스(Lynn Margulis)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지금은 생물학자 대부분이 이 학설을 받아들이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남성의 정자는 작은 세포이기 때문에 유전물질인 DNA가 주로 들어있고 다른 세포질 물질은 매우 적은 양만 있는데, 이 반면 여성의 난자는 DNA와 미토콘드리아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거대한 세포이다. 따라서 수정란에는 남성에게서 온 미토콘드리아가 없다.
다시 말해 우리 몸속의 미토콘드리아는 전부 엄마에게서 온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선천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전병이 있다. 이런 유전병이 있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사람들도 엄마와 같은 유전병을 지니고 태어난다.
최근에 영국에서는 정상 여성에게서 뽑은 미토콘드리아를 비정상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진 여성의 난자에 넣은 후 인공수정을 하여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아이를 성공적으로 태어나게 하였다. 즉 염색체 DNA를 공급해 준 엄마, 미토콘드리아 DNA를 공급해 준 엄마, 그리고 정자를 공급해 준 아빠, 이렇게 3인이 한 명의 아이를 탄생시킨 것이다.
생물학적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유전병을 퇴치해가는 인간의 지혜가 놀랍다. 더구나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정자에 있던 미토콘드리아가 수정 시 난자에 들어가 우리 몸속에서 아버지 미토콘드리아도 발견된다고 하니, 과학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사실은 더 많이 발견되어 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 몸속의 주 미토콘드리아는 엄마에게서 온 놈이다. 여성을 무시하는 남성들이 꼭 가슴에 새겨야 하는 사실이다.
항산화 물질
우리 몸속에는 다양한 항산화 물질과 항산화 효소들이 있어서 활성산소를 비교적 잘 조절하고 있다.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거나 항산화 물질이나 항산화 효소가 부족하게 되면 우리 몸 활성산소 농도는 높아지게 되어 노화, 암, 동맥경화,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 질병들이 생길 수 있다.
항산화 물질로는 비타민 A, C, E, 글루타치온, 멜라토닌, 요산 (uric acid) 등이 있다. 비타민 C는 수용성이니 조금 과량 섭취하여도 체내에 쌓이지 않아 비교적 독성이 적다. 해서 비타민 C를 매일 수 그램씩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반해 비타민 A, E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과량 복용 시 몸에 축적되어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복용 시 용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멜라토닌은 우리 뇌 속 송과선(pineal gland)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으로서 우리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장거리 여행을 하여 수면을 잘 취할 수 없을 때 복용하면 수면도 조절되고 활성산소 때문에 발생하는 피로감도 없앨 수 있으니 복용하면 좋을 것이다.
글루타치온과 요산은 우리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들이다. 글루타치온은 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복용 시에는 장에서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에 복용은 불가하다. 대신 주사제로 개발되어 있다. 암 환자 등 활성산소가 지극히 높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일부 병원에서 주사제로 보충해주기도 한다. 요산은 혈중에 너무 많으면 통풍을 일으킬 수 있어 활성산소를 없애기 위해 요산을 복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항산화 작용은 매우 좋은 물질이다.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질 좋은 항산화 물질은 색깔 있는 과일 껍질과 씨에 많은 피토케미칼이다. 채소의 경우에는 햇볕을 많이 쬐는 바깥쪽 파란 부위에 많다. 그래서 거칠어 먹기 어려워도 이 바깥쪽 파란 부위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어 자외선이나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다양한 항산화 물질과 항균제를 생산하여 껍질과 씨에 비축하여 놓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에서 상품성 있게 예쁘게 자란 과일이나 채소보다는 야생에서 험하게 자란 것들에 항산화 물질이 더 풍부하다. 사람도 고생을 한 사람이 더 깊은 맛이 나듯이, 과일과 채소도 야생에서 더 많은 시련 속에서 자란 놈들이 더 많은 피토케미칼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피토케미칼이 많다고 알려진 과일, 채소는 너무 많다. 일부만 거론해 보더라도 토마토, 가지, 브로콜리, 호박, 당근, 호두 등 견과류, 귀리, 아스파라거스, 레드비트,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빨간 양배추, 참깨 등등 참으로 다양하다.
항산화 물질을 잘 섭취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이 나열된 과일, 채소 중 어떤 것을 먹어야 좋을까? 원칙은 간단하다. 자연에서 나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견과류를 포함하면 더욱 좋다. 반면에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적게 먹으면 활성산소 생산을 줄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특히 탄수화물은 적게 먹어야 한다. 심지어 과일 속 탄수화물이라 할지라도.
결론: 우리는 산소 없이는 살 수 없다. 산소를 이용하여 우리는 영양물질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활성산소라는 부산물도 생산하게 되었다. 활성산소는 너무 많으면 우리 몸을 상하게 만들지만, 너무 없으면 우리가 살 수 없게 된다. 적당량의 활성산소는 우리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 몸은 다양한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활성산소를 적당량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지나친 스트레스나 질병에 시달리거나, 과식하거나, 나쁜 환경 속에서 살게 되면 우리 몸이 방어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활성산소가 생겨 우리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제철에 나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 속에 있는 피토케미칼을 섭취하면 좋다. 그리고 견과류를 첨가하면 다양한 불포화지방산, 미네랄,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삶에도 굴곡이 있듯이, 우리 몸속 활성산소도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적이 되어 우리를 죽이려고 공격하기도 한다. 세상일 어느 하나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