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승

2021-10-05     송태한

 

 

 

 

외장승

 

송태한

 

 

안개가 앞을 가리고

살갗을 파고드는데 그대여

어데 있는가

가을볕 저무는 풀섶 감옥에

나 홀로 가둬둔 채로

 

그믐밤 희미해진 발등이며

시린 무릎을 타고

눈물 떨군 이끼가 번져 오는데

떠도는 그대여 무얼 하는가

 

길손마다 세워 놓고 수소문하며

그대 다순 몸 다시 안을 수 있다면

이슬 바람에 쓸려 무뎌진 팔다리에

피가 흐르리

 

이우는 금빛의 낙엽 향처럼

여윈 이마를 부디 짚어 준다면

눈시울에 어린 몇 점 그늘엔

수정 눈물 묻어나리

 

설렘으로 붉게 피는 노을에 실어

동구 밖 능선 너머 이승 밖까지

이제는 목쉰 노래 부르며

강어귀 안개에 잠긴 내 찬 넋을 띄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