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밭

2021-09-23     송태한

 

 

 

 

억새밭

 

송태한

  

 

그대 처음 만난 날짜

어떤 기념일도

이젠 손꼽지 않겠습니다

 

손 안에 맴도는 문자 메시지

문득 비치는 인파 속 모습에도

눈 딱 감기로 했구요

 

지붕 낮은 카페의 선율

비 개인 물가의 해거름

깔깔대던 웃음소리까지

마침내 뇌리에서 지우겠습니다

 

가슴 떨리는 이름 석 자로

더 이상 울먹이지 않고

TV 프로 웃음마저 꾹 참을 수 있건만

 

나도 몰래 찾아드는 꿈결

억새밭 사잇길 첫 키스는

바람 눕는 가슴 속 뒤란에

와인처럼 입 막고 쟁여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