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세션

2020-08-10     원윤경

 

 

'비가 흐르고 음악이 흐르면,

음악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기도 한 루이스는 무신론자로서 프로이드의 이론을 따르다가, 1933년을 전후 물질주의에서 영성주의자로 변함으로서 그때까지 붙들고 있었던 프로이드식 무신론적 변증법을 버리고, 기독교적 변증법을 택한다.

 

 

1939년 프로이드가 런던에서 죽을 때 루이스는 41살이었다. 루이스와 프로이드는 직접 만나 대화한 일도 없었고 토론한 일도 없었다.

루이스가 태양과 같이 떠오를 무렵 프로이드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프로이드는 자신이 루이스의 책을 읽고 반박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만약 프로이드가 좀 더 오래 살았었다면 재미있는 논전이 벌어졌을 지도 모른다.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환자의 정신 병리를 대화를 통해 치료하는 방식 창안자이다.

꿈을 통한 무의식적 욕구 관찰. 치료로 유명하다. 무의식이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대중화 했다. 무의식 차원에서 혹은 현실을 왜곡하는 차원에서 불안을 해소하려는 자기방어기제를 설명했다.

42살 나이가 차이 프로이드와 C.S루이스는 동시대에 살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적은 없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무신론자인 프로이드와 기독교 변증가인 루이스의 만남을 상상해서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쓴 작품이다.

프로이드가 신의 존재에 대한 루이스의 변증을 듣고자 런던 자신의 서재로 초대해서 나누는 논쟁이다. 공간적 배경은 런던의 프로이드 서재. 시간적 배경은 193939.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날이다.

 

 

프로이드의 서제 주변은 온통 세상의 유명한 신들의 조각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구강암으로 심한 고통을 겪으며 죽음을 가까이 둔 프로이드는 신을 부정하면서도 사실은 많은 신들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재 가운데 놓여있는 큰 책상 왼쪽을 따라 벽면에는 둥근 조명아래 작은 라디오가 놓여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연신 전쟁 소식이 치지직 잡음과 함께 들려왔고, 소식이 끝나면 새로운 소식이 있기까지 음악을 보내주었다.

프로이드는 음악이 나오면 라디오를 껐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이 좋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음이 답답해서 음악을 끈다고 했다. '설명할 수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루이스는 음악은 머리로 듣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거라 했다.

이야기 중에 들리는 비행기 공습 사이렌 소리에 급히 방독면을 쓰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사람. 하늘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금 이 땅에 엄습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이 있다면 왜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거야?" 프로이드는 고통 속에서 힘들어 하며 질문을 했다. 루이스의 답을 굳이 풀어보면 이러했다.

'태양은 선악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그 빛을 비춘다.

악한 사람도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선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열매가 익을 때에는 악의 열매를 얻게 된다.

 

선한 사람도 선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고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열매가 익을 때에는 선의 열매를 얻게 된다.'

 

 

프로이드는 다윈을 신봉한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은 다윈의 이름을 빌어 진화론을 제창했지만, 다윈은 그의 말년에 자신이 젊었을 때 빚어내었던 황당무계함을 한스러워했다.

그는 임종을 눈앞에 두고 병으로 시달리면서도 성경을 읽으며 가까이 했다. 당시에 호프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다윈은 임종이 되어 많은 후회를 했어요. 자신이 주장했던 진화론은 어린 시절 무지할 때의 추측과 공상이었다고 자인했고, 자신의 책이 불길처럼 번져서 세상 사람들이 진화론을 하나의 종교로 여기게 될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어요."

루이스가 떠나자, 무대는 어두워지면서 스크린에 프로이드는 몰핀 중독으로 죽었고, 어떠한 종교의식도 하지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프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자막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이드보다 융의 심리학을 더 좋아하지만, 연극 속에서 인간적인 프로이드를 만나게 되어 좋았다.

프로이드가 삶의 에너지를 인간의 생물학적 성에 제한된 에너지로 보았다면, 융은 삶의 에너지를 성뿐만 아니라 다른 삶의 에너지도 포함한 정신에너지로 보았고, 프로이드가 인간의 성격이 주로 과거의 사건이나 과정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면, 융은 인간은 과거의 사건들뿐만 아니라, 미래에 무엇을 열망하는가에 의해서도 결정된다고 보았다. 융을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스트 세션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토론과 유머도 좋았지만, '음악은 머리로 듣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거에요.'라는 루이스의 한 마디가 오히려 무더운 여름밤 소나기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적셨다.

'비가 흐르고 음악이 흐르면,

음악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