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본다

빈 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무의미한 빈 병이 아니다. 그 속에는 무수한 가능성과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2020-07-02     이옥현

 

빈 유리병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5년 정도 되었다. 뚜껑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그러다가 어느 날은 병을 절단해야지 하는 상상을 하면서, 유리 칼을 구해서 절단 하기로 했다. 오이나 고구마라면, 쉽게 절단이 되겠으나, 유리병을 내가 원하는 대로, 자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절단은 되었지만, 날카로워진 절단면을 바라보니, 걱정이 태산 같았다. 컵은커녕, 입 가까이할 수 없는 날카로움,,, 사포를 구해서 문질러 보고, 다이아몬드 입자가 도포된 철판에도 문질러 보고,,, 한순간에 유리병은 나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은, 절단한 유리병을 책장에 모셔 두고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은 아크릴 물감을 유리병에 한 숟가락을 넣고서, 병을 돌리면서 물감이 유리병 속에 골고루 묻을 수 있도록 병을 돌린 다음에 거꾸로 세워 두었는데, 물감이 서서히 마르면서, 드디어 유리병이 화장을 예쁘게 한, 여인처럼 보이기 시작을 했다. 바로, 이 순간이 유리병을 지난 5년간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내가 무엇을 가공하기 이전에, 사물은 그 본래의 기능과 특성,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 유리병 짝사랑을 시작하였다

 

 

신학, 철학, 법학만이 학문이고, 공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캠퍼스 생활을 하였기에 미에 대한 개념과 상식은 절대 부족하였고, 나아가서 미학적 창작이라는 부분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러나,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도전하면, 최소한의 결과를 만날 수 있고, 실패의 교훈도 만날 수 있으나, 도전하지 않으면 멈춤의 상태 그대로인 삶이 아닌가 ?

타국생활 20년의 적적함과 향수, 무엇인가 마음속에 애절함과 간절함이 있어도, 그냥 마음속에 묻어 두고서만 살아야 했던, 그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유리병과의 다양한 교감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나아가서 유리공예의 다양한 장르를 유리병을 바라보고, 만지면서 스스로 독학을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외국의 사례도 접하고, 국내 대학에서 유리공예를 전공한 사람들의 유리병공예, 유리병을 활용한 창작적인 활동의 사례도 일부 접하면서,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유리병 사랑의 표현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국내의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유리병사랑이라는 밴드도 만들고, 제주지역을 포함한 국내 몇 지역에서 환경과 노인문제를 고민하는 분들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보다 쉽게 유리공예에 접근을 하고, 유리병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과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을 준비하기 단계에 와 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수입된 유리병 제품들이 그 내용물을 소비한 다음에 특별한 회수권자가 없이 버려지고, 폐기되는 상황을 보면서, “술은 잘 마셨습니다. 그에 대한 고마움으로, 빈 병에 정성을 담아서 돌려 드립니다."라는 인사를 하면서, 빈 병에 보다 높은 가치를 담아서, 수출하자고 말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의 교류로 나름 바쁜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이 부분에, 특히 제주지역과 부산지역에서 아주 열정적으로 응원을 주시면서 함께 움직여 주시는 분들이 나타나고, 대구, 인천,, 반응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으면서, 함께 재미난 그 날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유리공예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기 위한 밴드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일련의 일들이, 어찌 생각하면, 허황되다고 말할 수 있는 상상들을 하나씩 현실화시켜가는 발걸음들이며,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한 마디, “ 해봤어에서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으면서 걷고 있다. 500원짜리 지페 속의 거북선을 가지고서, 런던에서 한판, 지금의 나는 버려지는 유리병이 수십억의 매출을 함께 뜻을 같이하시는 국내 주요 지역의 60대 청춘과 더불어 함께 하고자 준비를 하고 있다.

빈 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무의미한 빈 병이 아니다. 그 속에는 무수한 가능성과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어떤 날엔 힘들고, 어떤 순간은 기쁨과 환희가 넘친다. 경제적인 부분만을 표현을 간략하게 한다면, 금맥을 발견한 기분이다. 필요한 도구를 하나씩 만들고, 개발하고, , 가능한 다양한 응용의 방법을 찾는 과정이 마치, 금맥을 발견하고서, 그 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시간을 상상하면서, 준비하는 마음이 바로 지금 나의 마음이다

빈 병 많이 많이 보아주셔도 좋고, 저에게 빈 병을 버려 주셔도 좋습니다. 저에게는 그 빈 병이, 지금은 보물덩어리로 바뀌고 있으며, 변화된 모습으로 컨테이너에 가득가득 실려서, 부산항을 출발하는 뱃고동의 메아리와도 같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