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이들... 함께 지켜주세요
코로나 이후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내 편이 되어 줄 가족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가족 이외의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고, 평소 자신의 생활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일상을 영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집안에 많이 머물게 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방학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방학 생활규칙”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전업주부들은 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남편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전업주부로서 자녀들만 돌보면 되는 엄마들은 사정이 가장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힘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 등 코로나 19로 인한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들이 참 많다. 이런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 간에 서로 노력하며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언제나 내 편이어야 할 가족들로부터 건강과 안전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받는 아이들이 있다. 가족으로부터의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이다. 지난 4월 28일 보도된 상도동 살인사건은 할머니와 함께 살던 어린이가 아버지에게 할머니와 함께 살해당한 사건으로 어린이와 할머니의 시신이 장롱 속에서 약 2개월 만에 발견되었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미뤄지고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 데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어린이와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후로 천안과 창녕에서 연이어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었고, 최근에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쓰레기더미 집에 사는 세 살 아동이 발견되기도 했다.
가족으로부터의 아동학대의 원인은 양육자의 무지, 양육자의 피학대 경험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준비되지 않은 결혼과 임신 출산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온전히 준비되지 않거나 아이를 원치 않는 경우라면 가정 내 아동학대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가정 내 아동학대는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개인사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지속되는 학대의 결과로 아동이 사망하거나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아동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그렇다.
2018년 기준 아동학대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33,532건이 신고 접수되어 24,604건이 아동학대로 판단되었으며 7,988건에 대하여 행위자가 법적 조치를 받았다. 피해 아동의 상황을 살펴보면 82%가 원 가정에서 지속 보호되고 있으며, 13.4%만 분리조치 되었다. 대부분의 학대 피해 아동들이 학대받은 상황 속에서 계속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아동학대로 인해 피해 아동이 사망한 경우도 약 0.1%에 해당하는 28명 있었다. 전국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어서 아동학대 예방 홍보사업, 아동학대 예방 교육사업, 학대 피해 아동 사례관리 등을 진행하지만, 수사권이 없고, 부모와의 강제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을 부모만의 책임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해야 함을 모든 어른이 알아야한다. 의사, 사회복지사, 구급대원, 교사 등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어른들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되어 모든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