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연금술사 홉, 홉의 나라 독일 할레타우
맥주의 본 고장 독일. 독일은 맥주 1인당 소비량이 연 100 L에 이를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맥주를 술로 여기지 않고 liquid bread라고 부를 정도로 독일 사람들에겐 맥주는 바로 음식 그 자체이다. 독일은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이는 독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487년 바이에른 공작 알브레트 4세는 맥주 제조에 물, 맥아, 홉 외에는 다른 재료를 넣지 못하게 하는 세계 최초의 식품위생법인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을 제정했으며,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바이에른 주도인 뮌헨에서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에 걸쳐 개최되는 등 독일은 과거와 현재가 이 맥주라는 단어로 오롯이 연결될 수 있는 맥주의 나라다. 여기에서는 맥주를 맥주답게 하는 맥주의 연금술사, 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맥주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홉은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이 독일에서 생산되며(International hop Growing 자료), 이 중 80%는 독일 남쪽 Bavaria지역에 위치한 178 평방킬로미터의 할러타우(Hallertau)에서 생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홉 재배지인 할러타우는 736년 인류가 홉을 최초로 재배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맥주의 쓴맛(bitter), 과일향(fruity), 흙향(earthy), 꽃향(flowery), 스파이시(spicy) 등 소위 호피(hoppy)한 맥주를 만들어 우리를 주당으로 밀어넣는 주범이 이 홉이다. 자웅이주로 암수딴몸식물인 홉은 대략 8미터까지 자란 후 가을에 한 번 수확하는데, 사진 속 홉밭에 보이는 것은 모두 홉의 암나무들이다. 맥주에는 수컷이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할러타우 홉의 얼굴은 노블홉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텔프뤼(Mittelfrüh)'다. 아로마 성분이 높아 주로 페일 라거나 필스너, 또는 바이센비어인 밀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주세의 변화에 따라 수제맥주로 불리는 크래프트 맥주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다양한 맥주를 마시고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크래프트 브루어들의 양적 증가와 질적 발전은 우리나라의 맥주의 다양성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충북 제천의 솔티마을이나 전북부안의 청담농장처럼 자가재배한 홉으로 맥주를 만드는 곳도 생기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국산 홉의 품종 개발로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할러타우가 생길 날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