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2021-01-05     강지원

 

 

모리스 위트릴로

 

우체국을 나와 천천히 걷는 동안 잠시 싸락눈이 흩날렸습니다.

작은 꽃잎처럼 흩어지는 는을 보며 생각합니다.

이 하얀 눈이 내리는 곳마다 사랑과 기쁨이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모리스 위트릴로

 

 

기적처럼 이 눈을 맞는 사람마다 오랜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취업 준비생에게

아기를 기다리는 부부에게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있는 가정에

애타고, 절박한 소망들이 이루어지기를.

 

겨울에도 한 쪽 보도에서 채소며 곡식을 파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들,

과일 트럭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남루한 차림의 아저씨,

발을 동동거리며 주차를 안내하는 아주머니,

길 위에서 겨울을 보내는 이 분들에게도 

따뜻하고,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모리스 위트릴로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의 한 부분이었던  마스크와 결별을,

직접 만나 이마를 맞대고 얘기하고,

여럿이 모여 왁자지껄 같이 밥을 먹고,

포옹과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결혼식엔 축하객들이,

장례식장엔 문상객들이 북적이는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그때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우리 함께  행복한 그날을 맞이하자고

길을 걸으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