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8

2021-01-04     허주

 

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당신을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이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예요

여기예요

반갑게

손짓한 적이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더디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