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염증 ,,,엠폭스 중증화의 스위치, AIM2가 밝혀졌다

2025-11-26     박미애 기자

인체 면역 시스템의 ‘경보 스위치’가 잘못 눌리면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건 과도한 염증이다. 엠폭스 감염 환자에서 나타나는 중증 악화의 실체가 마침내 드러났다. 연구진이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발하는 핵심 단백질 센서, AIM2를 정확히 특정해낸 것이다. 염증 폭주를 일으키는 분자 단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이번 연구는 향후 백신·치료제 개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울산과학기술원, 성균관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원숭이두창바이러스 감염 시 AIM2 단백질이 과도한 염증 반응과 세포 사멸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IF 19.8)에 11월 12일자로 실렸다.

 

 

엠폭스의 치명률은 약 3%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염증이 폭주하면서 정상 조직까지 대량 파괴되는 상황이다. 독감이나 코로나19 감염에서도 건강한 청년이 갑자기 위중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연구팀은 원숭이두창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어떤 신호로 염증 폭발을 일으키는지, 그 분자적 메커니즘을 추적했다.

수십 종의 선천면역 센서를 하나씩 제거한 뒤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역추적한 결과, 오직 AIM2가 사라진 세포에서만 염증 반응이 멈췄다. AIM2는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 DNA를 직접 감지하는 단백질로, 이를 인식하는 순간 염증소체가 조립되고 카스파제-1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IL-1β와 IL-18이 급증하며 강력한 염증성 세포사멸, 즉 ‘파이롭토시스’가 일어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신호가 감염된 세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M2가 만든 염증 신호는 주변 정상 세포까지 연쇄적으로 파괴하며 아폽토시스·네크롭토시스 같은 다양한 형태의 세포사멸을 유도했다. 염증이 조직 전체로 번지면서 손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구조다.

 

원숭이두창바이러스 감염시 AIM2 단백질 센서가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과정

 

연구팀은 AIM2를 억제했을 때 염증과 조직 파괴가 실제로 완화되는지도 확인했다. 원숭이두창 감수성이 높은 생쥐 모델에 AIM2 억제제(ODN TTAGGG sodium)를 투여하자 폐 조직 염증과 세포사멸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AIM2 조절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연구가 엠폭스 중증도를 결정하는 분자적 방아쇠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하며, 향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과학적 토대를 마련한 성과라고 밝혔다. 민·관 협력을 강화해 후속 연구와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