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심 점령했던 러브버그 살충률 90%…친환경 방제 해결 실마리 찾았다
여름마다 기승을 부리며 등산로와 도심을 점령했던 ‘러브버그’가 드디어 방제 해법의 실마리를 잡았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유기농업자재를 이용한 실내 실험에서 최대 90%의 살충 효과를 확인하며, 내년 러브버그 대응 전략의 판을 새로 짜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 불편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여름의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생태계에서는 분해자·화분매개자로 기능하는 ‘익충’이지만, 올해 여름 서울 은평구 백련산과 인천 계양산에서 폭발적으로 번식하며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주요 기피 해충으로 급부상했다. 등산객들은 얼굴·의복에 달라붙는 성충 때문에 등산을 중단해야 했고, 인근 주민들은 베란다·현관·창문 곳곳이 붉은 해충으로 점령되는 피해를 겪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대량 발생지였던 두 산을 직접 조사해 유충의 서식 분포부터 정밀 분석했다. 조사 결과, 등산로 주변·능선·정상부에 유충이 집중적으로 분포해 대량 번식의 중심지가 특정 구역에 몰리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향후 방제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 데이터로 활용될 전망이다.
실내 방제 실험에서는 현재 시판 중인 친환경 방제제를 활용했다. 곤충 병원성 곰팡이를 기반으로 한 방제제는 3주 경과 후 살충률 약 90%, 식물 추출물 기반 방제제는 60% 이상의 살충효과를 보였다. 화학약품 대신 친환경 약제를 활용하고도 이 정도 방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향후 전국 단위 대응 전략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러브버그 성충이 활동하기 전인 2026년 상반기에 대규모 야외 실증 실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방제 시기, 약제 처리 방식, 대상 구역 우선순위 등을 ‘현장 맞춤형’ 표준 모델로 만들어 현장에 바로 적용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실내 실험과 야외 환경 간에는 기온·습도·자연 포식자 등 변수가 존재해 효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실험이 “러브버그 방제의 첫 번째 큰 진전”이라는 점에는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올해 피해 지역에서는 주민 민원이 급증했고, 일부 지자체는 임시적 대응에 그치며 체계적 방제 시스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용환 박사는 “야외 실험에서는 다양한 환경 요인이 추가로 영향을 미치지만,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제 연구는 지속될 것”이라며 “실내 실험 성공을 토대로 러브버그 대응의 과학적 기반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러브버그의 반복적 대량 발생이 기후변화와 생태 교란의 결과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번 실험 결과는 국내 첫 친환경 기반의 본격적 방제 전략 정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봄, ‘러브버그 악몽’을 끝낼 실질적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