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폭등·에너지 급감…11월 무역흑자 24억 달러
11월 한국 무역이 다시 한 번 확실한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11월 1~20일 수출입 잠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38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급증, 수입도 3.7% 늘어난 361억 달러를 기록하며 24억 달러의 뚜렷한 무역흑자를 세웠다. 조업일수가 동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액 역시 22.9억 달러에서 24.8억 달러로 뛰어올라 8.2% 상승, 한국 수출 엔진이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확장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수출 반등의 선봉은 단연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26.5% 폭증하며 전체 수출의 4분의 1 이상(25.3%)을 차지, 한국 수출 구조의 중심축이 다시 기술·고부가 분야에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승용차(22.9%), 선박(2.3%) 역시 증가 흐름에 힘을 보탰다. 반면 글로벌 유가 안정세와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석유제품은 19.3% 감소했고, 자동차 부품(-8.1%)과 무선통신기기(-14.7%) 등 일부 제조업 라인은 주춤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10.2%), 미국(5.7%), 유럽연합(4.9%)으로 향하는 수출이 모두 늘어나 한국의 3대 수출시장 동시 호황이라는 긍정적 흐름이 감지된다. 다만 베트남(-2.5%), 일본(-3.9%) 등 주요 아세안·동북아 시장은 부진을 보이며 국가별 편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경계 요소다.
수입은 기계류(13.6%), 정밀기기(8.2%), 승용차(35.6%) 등 선진 설비·소비재 중심으로 증가했다. 반면 국제 원유 가격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유(-16.4%), 가스(-30.8%), 석탄(-9.7%) 등 에너지 수입은 17.5% 줄어 전체 수입 증가 폭을 완화했다. 수입 국가별로는 중국(5.6%), 미국(13.5%), 유럽연합(15.2%), 일본(1.0%) 등 주요 교역국 수입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대만은 소폭 감소(-0.1%)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에너지 수입 감소와 제조업용 설비 수입 증가의 ‘엇갈린 흐름’이다. 이는 한국 산업 현장의 수요 구조가 단기 원자재 중심에서 고도화된 설비·정밀기기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도체 제조장비는 다소 감소했으나(-7.1%), 전체 반도체 산업 수출은 증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기술 투자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11월 통계는 월간 조업일수 변화에 민감한 ‘단기성 잠정치’라는 점에서 일부 수치는 향후 확정치 발표 시 조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상반기부터 이어진 수출 회복 흐름이 하반기에도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상위 3개국 비중이 48.3%에 달한다는 점은 한국 무역 구조가 다시 안정 곡선을 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특정 품목(반도체)과 특정 시장(미·중·EU) 집중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수출은 살아났고 무역흑자는 확대됐다. 그러나 한국 무역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 지정학 리스크, 에너지 가격 변동이라는 3중 변수 속에 서 있다. 11월 중순까지의 지표가 보여준 회복세가 ‘일시적 반등’으로 끝날지, ‘완전한 성장 회복’으로 연결될지는 남은 기간 제조업 회복 속도와 글로벌 수요 개선 여부가 최종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