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투표로 뽑힌 개혁 TOP5… 공통 키워드는 ‘현실성

2025-11-19     이혜숙 기자

국민이 직접 뽑은 ‘진짜 작동하는 행정’이 공개됐다. 총 5,461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로 선정된 2025년 제2차 ‘국민이 칭찬한 적극행정 우수사례’는 규제를 뚫고 관행을 바꾸며 국민에게 바로 체감되는 성과만을 걸러낸 다섯 건의 결과물이다. 이 선정은 단순히 기관의 명예가 아니라, 범죄 예방·생활 복지·산업 비용·도시 인프라·필수 의약품 등 국민 삶에 직결되는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현실적으로 해결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평가표였다.

 

 

먼저, 최근 범죄 피해액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보이스피싱 대응 분야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기존 모의 음성·합성 데이터로는 변종 수법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실무 판단 아래, 실제 범인의 음성을 활용해 탐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범죄자 음성도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없는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탓에 기술 적용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문제를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우회해, KT의 ‘실시간 통화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가 2025년 7월부터 실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능해졌다. 통화 중 추출한 음성 특징을 AI 모델로 분석해 위험 점수를 실시간 산출하고,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자동 경보와 차단 신호가 발생하는 구조다. 익명화·접근기록 관리·보관기간 제한 등 기술적 안전장치도 내장됐다. 오탐, 특정집단에 대한 과도한 감시, 증거능력 논란 같은 잠재 문제가 남아 있지만, 피해 증가 속도에 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데 현장 여론은 무겁게 반응했다.

47년간 반복돼온 해양오염 방제물품 재승인 관행이 폐지된 것도 상징적 변화다. 동일 성능의 제품이라도 용량만 바뀌면 매번 시험을 받고 수십 일의 시간을 잃어야 했던 규제가 사라지면서, 소상공인 중심의 중소 제조사들은 연간 138억 원 규모의 비용 감소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 단위 변경이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기준화해 형식승인을 면제한 조치로, 산업 현장의 불만을 가장 직접적으로 해결한 사례였다. 다만 ‘성능 변화 없음’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품질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남아 있어 감독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복지 영역에서는 평균 77세 이상의 국가유공자들이 이용하는 보훈회관이 점심 제공 대상에 포함되면서 제도 사각지대가 해소됐다. 경로당에만 제공되던 점심 지원을 ‘특정인 대상 경로당’이라는 적극 해석을 통해 보훈회관까지 확장한 것이다. 전국 248개 보훈회관, 약 4만 명의 국가유공자와 유족이 안정적인 식사를 제공받게 되는 변화다. 예산 배분과 급식 품질 관리 같은 후속 과제가 있지만, 제도의 경직성을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 국민 취약층의 생활권을 보장한 실질적 개혁으로 평가된다.

도시 인프라 분야에서는 20년 넘게 이어진 기계식주차장 기준이 드디어 현실을 따라잡았다. 전기차와 SUV의 무게·높이를 반영하지 못해 이용 비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차 가능 차량 기준과 출입구·주차단위구획 기준이 2025년 9월부터 상향됐다. 그 결과 전기차의 기계식주차장 이용 가능률은 16.7%에서 97.1%로, 일반 차량은 56.9%에서 97.7%로 뛰게 된다. 주차로봇 등 신기술을 적용할 경우 일부 규제를 완화한 조치는 미래형 주차 인프라 도입을 촉진할 것으로 평가된다. 건물 구조 변경 비용과 안전 검증 문제는 남아 있어 현장 협력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인슐린 제제의 공급 중단 위험을 막기 위해 ‘선 출하 후 검사’를 허용한 의약품 조치는 생명과 직결되는 안정성을 우선한 판단이었다. 시험검사기관 문제로 출하 지연이 발생하자, 제조원 성적서가 적합하면 우선 출하를 허용하고 수입자 품질검사 결과는 사후 제출하도록 예외를 적용했다. 국가필수의약품은 아니지만 공급 중단이 환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품목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사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회수·보상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국제 제조 문서의 신뢰 확보가 다음 단계 과제로 제기된다.

 

 

이번 Top5는 국무조정실이 각 부처의 적극행정 성과 10건을 먼저 추려내고, 국민 온라인 투표로 최종 순위를 확정했다. 제1차 우수사례와 함께 비교하면 이번 사례들의 공통점은 두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법령의 경직성을 풀어 ‘합리적 적극 해석’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점. 둘째, 신기술 기반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 방식으로 규제를 빠르게 열어 국민 체감 효과를 앞당겼다는 점이다. 다만 이런 조치가 일시적 예외로 머물지 않으려면 법·제도 정비, 예산 반영, 안전·품질 관리 체계 강화가 필수이며,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독립적 평가 시스템 도입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Top5는 단순한 규제완화 이벤트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생활·생계와 맞닿은 문제를 '즉시 작동하는 방식'으로 해결한 개혁이며, 앞으로 이 사례들이 표준 운영으로 자리 잡아야 정부의 적극행정이 진짜 제도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