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키우는 아이들, 권리는 누가 지키는가

2025-11-18     이혜숙 기자

AI가 아이들 삶을 파고드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정작 권리를 지키는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디지털 환경이 아이들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꾼 지금, 한국 사회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중요한 장치를 하나 더 마련한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오는 11월 1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5년 제16회 아동권리포럼’을 연다. 주제는 ‘디지털 시대, 아동의 권리 신장을 위한 과제’. 기술이 앞서가고 제도가 뒤따르는 현 상황에서, 정책의 빈틈을 점검하고 새로운 보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사실상 국가 단위의 논의다.

포럼은 보건복지부 은성호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의 환영사와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의 개회사로 문을 연다. 이어 중앙대학교 이재신 교수가 ‘AI와 디지털 환경이 아동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법무법인 지향 이은우 변호사는 ‘디지털 시대의 아동 보호 방안’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박사는 ‘디지털 환경 속 아동권리 강화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추적, 유해 콘텐츠 확산, 플랫폼 상업화 전략 등 AI 시대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실제적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간다.

포럼에서 다루게 될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 서비스가 아동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활용하는지에 대한 투명성 부재 문제. 광고·추천 알고리즘이 아동의 행동을 실시간 분석해 상업적 이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앞으로 더 강력한 규제 필요성을 불러올 전망이다. 둘째, 딥페이크·온라인 폭력·허위 정보 등 유해 콘텐츠 노출 위험 증가. 아동의 정체성 형성과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응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의 편향과 불평등 문제. 복지, 교육, 콘텐츠 추천 등에서 자동화된 판단이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이를 감시·평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아동 당사자도 직접 참여해 의견을 밝힌다. 지난 8월 제22대 아동총회에서 채택된 ‘디지털 세상 속 아동권리 14개 결의문’이 핵심 논의 자료로 다뤄질 예정이며,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디지털 환경 위험과 개선 요구를 직접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의견이 정책 결정에 실제로 반영되는 구조가 앞으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이번 포럼을 기점으로 디지털 시대 아동권리 강화 정책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포럼에서 도출된 제안들을 제3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검토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며, 플랫폼 규제 방향, 디지털 문해력 교육 강화, AI 서비스 영향평가 제도 논의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은 포럼 이후 전문가 의견과 아동 발언을 종합해 정책 제안서를 정리하고, 관련 연구와 감시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AI 일상화 시대에 ‘보호’와 ‘참여’, ‘접근성’과 ‘안전성’ 등 아동의 기본권을 둘러싼 사회적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은 이미 아이들의 학습, 놀이, 소통 방식을 완전히 재구성했다. 그렇다면 보호 기준도 기존 규칙을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술 구조와 시대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제기될 논의는 향후 법·정책·교육·플랫폼 책임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