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리던 성장, 4년 만에 두 배”…전기차 20만대 돌파

2025-11-17     정의식 기자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올해 전기차 보급 속도가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한국의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20만대를 돌파한 것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판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5년 11월 13일 기준 전기차 보급대수가 연간 20만대를 넘어섰다. 불과 2022년 16만 4천대가 최대치였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폭은 산업 구조가 바뀌는 속도 그 자체를 보여준다. 전기차 보급사업이 본격화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이 걸렸던 ‘연간 10만대’ 벽을 단 4년 만에 두 배 이상 뚫어버린 셈이다.

특히 승용 17만 2천대, 화물 2만 6천대, 승합 2천 4백대가 시장에 공급되면서 전기차 수요층이 단순 개인용을 넘어 물류·대중교통까지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국산 비중 역시 승용 55%, 승합 64%, 화물 93%를 기록해 국산 전기차가 시장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국산 점유율이 46%까지 떨어졌던 전기버스는 올해 63~64%대를 회복하며 반등세를 굳혔다.

 

 

수소차 역시 보급량이 전년 대비 확대되며 전기차와 함께 누적 친환경차 95만대를 형성, 내년 초면 100만대 시대가 열린다. 이는 보조금 지침의 조기 확정과 신차 출시 효과가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며, 충전 인프라의 고도화도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급속 충전기 5.2만기, 완속 42만기까지 확충된 점은 ‘충전 스트레스’라는 전기차의 고질적 불신을 상당 부분 낮춘 요소다.

정부는 올해의 성장세를 단순 수요 증가로 보지 않는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주류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판단 아래, 기술 발전과 제조사 경쟁력을 반영한 보조금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저가격 차량을 우대하는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의 혁신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40km(2011년 블루온)에서 550km(EV4 기준, 2025년)까지 도약했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르면 수송부문 배출량을 최대 62.8% 감축해야 하는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 속도는 곧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직결된다. 정부는 2030년 신규 차량 판매 중 친환경차 비중을 40%, 2035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기차 보급의 가속화는 단순한 대수 확대를 넘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체질 강화와 미래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친환경차 시대 전환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탄탄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0만대를 넘어선 보급 기록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기차 산업이 ‘정책의 영역’을 넘어 본격적인 시장 경쟁 단계로 들어섰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년 초 100만대 누적 보급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전기·수소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선도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