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10개국 전원 찬성...국제공조 작전(Breaking Chains), 실질 수사 시작
국경을 넘나드는 스캠과 인신매매의 사슬을 끊기 위한 국제공조 작전이, 한국의 제안으로 전 세계 경찰 협력의 새 장을 열었다.
대한민국 경찰청이 제안한 ‘초국가 스캠·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작전(Breaking Chains)’ 결의안이 11월 3일부터 6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3차 아세아나폴(ASEANAPOL) 총회에서 아세안 10개 회원국 전원의 찬성으로 공식 채택됐다. 이 결의안은 협의 중심의 아세아나폴을 실행 중심의 공조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브레이킹 체인스’는 국경을 넘어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스캠센터, 인신매매, 온라인 사기 등 초국가 범죄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결의는 단순한 의지 표명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조 체계를 제도화한 실천적 결의로 평가된다.
한국 경찰청은 총회 기간 동안 회원국 및 대화국 대표들과 양자·다자 협의를 진행하며 작전의 필요성과 구체적 실행 방향을 설명했고, 아세안 각국 경찰청은 그 취지에 전폭적으로 공감했다.
결의안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첫째, 국가 간 실시간 정보공유 체계를 확립해 초국가 범죄의 이동과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둘째, 사건 단위의 공조수사와 현장 합동수사를 공식화하며, 셋째,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조·송환·재활 지원 시스템을 공동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 지원 부분은 단속 이후 인권보호와 회복까지 아우르는 ‘피해자 중심 접근’을 명시해, 단순한 단속형 치안을 넘어선 인도적 공조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경찰청은 이번 채택을 계기로 오는 11월 11일 서울에서 ‘브레이킹 체인스 국제공조 작전회의’를 열어, 회원국 및 주요 협력국 경찰과 함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협의한다. 이 회의에서는 첫 사건 단위 공조수사 추진과 합동 대응 매뉴얼 수립이 논의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은 ‘한-아세안 협력기금(ASEAN-Korea Cooperation Fund)’을 활용해 작전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아세아나폴 설립 이래 처음으로 해당 협력기금이 사용되는 국제공조 프로젝트로, 한국이 주도하는 아세안 치안협력의 상징적 성과로 꼽힌다.
이번 결의는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당시 대통령은 “조직적 범죄단지를 근절하고 초국가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고, ‘브레이킹 체인스’ 결의 채택은 그 약속이 구체적 성과로 실현된 사례다.
국제공조의 무게 중심이 ‘협의’에서 ‘실행’으로 이동했다는 점은 특히 의미가 깊다. 이번 결의로 아세아나폴은 정보교환 수준을 넘어, 실제 범죄조직 해체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작전 단위 협력의 체계를 갖추게 된다. 각국은 수사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조수사·공동체포·현장수사 참여 등 실행 가능한 대응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일부 아세안 회원국은 여전히 사법 절차와 인권 기준이 상이해 공조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범죄조직의 은신처가 되는 특정 지역의 법적 공백과 자금세탁망, 암호화폐를 통한 불법 이익 이동 등은 기술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한국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장비, 자금추적 시스템, 피해자 보호 매뉴얼 등 실무 지원을 결의안의 핵심 이행 과제로 삼았다.
경찰청은 이번 국제공조 작전을 통해 단기적 단속 성과에 그치지 않고, 아세아나폴 회원국과 장기적 신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국가 범죄에 대한 공조수사와 피해자 보호, 정보공유, 현장 대응 능력 향상 등이 정착된다면, 아세아나폴은 ‘협의체’에서 ‘집행기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결의안은 아세아나폴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주도한 실질적 공조 모델이자, 아세안 전체의 공동 대응 체계를 제도화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제치안협력의 새로운 모델이자, 국경 없는 범죄에 맞서는 실질적 연대의 서막이 열렸다. ‘브레이킹 체인스’—이제 말이 아닌 실행의 이름으로, 초국가 범죄의 사슬을 끊는 첫날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