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서 취미로 채집한 돌, 돌려줘야 할까? 소유권은?

2025-11-05     박미애 기자

해안가에서 ‘취미로 주운 돌’ 하나가 행정·수사 절차의 허점을 드러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에서 수석을 채집하던 수집가 ㄱ씨가 주민 신고로 경찰에 출동 당해 임의로 제출한 수석 17점은, 검찰의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찰 손에 남아 있었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는 “임의제출 압수물도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로 반환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시정권고를 했다.

사건의 핵심은 단순해 보이지만 파고는 깊다. ㄱ씨는 동료와 함께 풍도 해안가에서 돌을 채집하다 주민 신고를 받았고, 경찰은 채집한 돌 17점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은 “개인이 공유수면에서 소량의 돌·모래를 채취한 행위는 공유수면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수 형태로 제출된 수석은 소유자에게 반환되지 않았다. 이 사안은 ‘압수물의 귀속과 반환’에 관한 실무적 혼선과 권한의 확장 해석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민권익위의 판단은 법리와 절차에 충실하다. 국민권익위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근거로,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경우와 임의제출 물건의 처리 원칙을 검토한 뒤에도 “임의제출의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반환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더불어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는 해제된 것으로 보아 반환해야 한다는 법리, 국가가 해당 수석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 해양수산부도 국가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사실을 종합해 경찰에 환부를 권고했다.

행정·수사기관의 관점에서 보면 임의제출 압수물은 다루기 쉬운 대상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가 ‘증거’로서 수사에 필요하지 않게 되면 법적 귀속이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국민권익위는 특히 “경찰의 권한을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경찰 권한의 한계와 압수물 관리의 법적 근거를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한 돌 반환 사건을 넘어 경찰 실무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원칙 선포로 읽힌다.

 

 

이번 결정이 던지는 실무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된 물건도 형사소송법상 반환절차를 따라야 하며, 수사기관은 임의적 보관을 지속할 수 없다. 둘째, 압수물 관리 정책과 내부 지침을 통해 ‘혐의 없음’ 또는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을 때 반환 절차를 자동으로 촉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국가 소유 판단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선 관련 중앙부처(이 사건의 경우 해양수산부)의 조기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는 해양수산부가 국가 소유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반환 절차는 더욱 명확해졌다.

법적·제도적 맥락을 조금 더 좁혀 보면, 공유수면법은 공유수면의 관리와 매립에 관한 규정을 통해 무단 점용·사용을 규제하지만, ‘취미 목적’의 소량 채취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사 처벌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었다. 다행히 수사 검토 과정에서 경찰 자체적으로 “소량 채취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수사가 끝난 뒤 ‘물건’의 귀속을 둘러싼 절차적 보완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법원 실무와 비교해도 이번 권익위 판단은 일관된 메시지를 준다. 몰수 선고가 없는 한 압수는 해제된 것으로 보아 반환해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국가가 소유를 주장하지 않는 한 개인 소유물로서 반환 대상이라는 해석은 형사절차의 기본 원리에 부합한다. 압수·몰수 제도는 범죄로 얻은 재산을 몰수해 범죄의 이익을 박탈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몰수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물건을 국가가 계속 보유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약하다.

이 사건은 또 다른 행정적 교훈을 남긴다. 국민권익위의 시정권고는 단순히 개인의 물건을 돌려주는 것을 넘어서, 수사기관이 현장에서 임의 제출을 받거나 압수물을 확보할 때 그 성격과 반환조건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요구한다. 현장 경찰관은 임의제출을 받는 순간부터 ‘보관자의 의무’와 ‘반환 절차’가 어떻게 이뤄질지를 고려해야 한다. 주민 신고로 출동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물건을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실무적 안내와 기록의무 강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사회적 의미는 크다. 일상 가까이에 있는 ‘작은 물건’이 행정·사법 절차의 오류로 인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법치의 기본이다. 국민권익위 양종삼 고충처리국장은 “경찰이 임의제출 받은 압수물을 환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근거가 명확해야 하며, 경찰의 권한을 확장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혀, 기관 권한의 통제와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무 개선이다. 수사기관 내부 지침 개정, 반환 절차 자동화, 현장 고지·서면 동의 강화, 관련 부처(해양수산부 등)와의 신속한 소유권 협의 체계 마련 등 구체적 개선안이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작게는 수석 17점의 반환으로 끝났지만, 크게는 행정·사법 절차의 사소한 빈틈이 개인의 재산권과 신뢰를 얼마나 쉽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