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일, 도심이 멈춘다’… 시험장 200m 앞 차량 통제, 출근은 10시 이후
11월 13일 목요일, 대한민국이 다시 숨을 죽인다.
전국 55만 명이 넘는 수험생이 일생일대의 무대에 오르는 날, 도시는 잠시 멈춘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지난해보다 3만 명 이상 늘어난 인원이다. 그만큼 교통과 소음, 안전에 대한 대비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시험장 200m 전방부터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자가용으로 시험장에 도착하는 수험생은 내려 걸어가야 하며, 이동 시간까지 감안해야 한다. 출근길 혼잡을 피하기 위해 관공서와 기업의 출근 시간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된다.
수도권 지하철은 오전 6시부터 8시 10분 사이 운행 횟수를 늘리고, 경찰과 지자체는 비상수송 차량을 투입한다. 모든 행정기관이 ‘수능 교통 대책’에 맞춰 움직이는 셈이다.
시험이 시작되면 도시는 더 조용해진다. 버스와 열차는 시험장 근처에서 서행하고, 경적은 멈춘다. 공사장은 잠시 작업을 멈추고, 축제와 행사는 소음을 자제한다.
특히 영어 듣기평가가 진행되는 오후 1시 10분부터 1시 35분까지는 전국이 ‘정적 구간’에 들어선다. 이 시간 동안 항공기 이착륙, 헬기 운항, 군사훈련이 모두 중단된다. 대포 한 발, 전차 한 대의 움직임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기상 악화에 대비한 준비도 철저하다. 기상청은 11월 7일부터 시험장 날씨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며, 각 시·도는 도서 지역 수송과 제설 대책을 마련했다. 혹시 모를 지진 상황에도 대비해, 모든 시험장은 즉시 대응 체계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점검을 마쳤다.
문답지 보안 관리도 군사작전급이다. 경찰과 교육당국은 문답지 이동부터 보관까지 24시간 경비 체계를 유지하며, 교육부는 전국 시험지구에 중앙협력관을 파견해 관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수험생이 오롯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끝까지 건강 관리에 유의해 침착하게 시험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능 날 아침, 도시의 소음이 멎고 발소리만 울리는 그 짧은 정적 속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