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다른 얼굴, 드론이 담은 패상, 초원의 또 다른 시선

2025-10-02     정종현

패상의 초원 위, 2만 마리 군마가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땅은 진동하고 먼지는 하늘로 치솟는다. 그 장관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드론 카메라는 지상에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또 다른 시선을 선사했다.

 

 

지난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포토저널 회원 14명이 함께한 중국 패상 출사 현장은 숨막히도록 치열했고, 동시에 황홀했다. 수많은 삼각대와 긴 망원렌즈가 포진한 현장, 사진가들의 자리 다툼 사이에서 드론이 띄운 시선은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광활한 초원 위 낙타 행렬의 유려한 곡선과 달리는 말의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이 한 화면 안에 담겼다.

 

 

 

패상이라는 이름은 한국 사진계에서 붙여진 애칭이다. 공식 지명은 울란부통. 내몽고 자치구 적봉시 커스커등기 울란보통진에 위치한 홍산군마장이다. 2만 마리 군마가 방목되며, 사계절 풍광과 인간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역사적 흔적이 겹쳐진 공간이다.

 

 

 

패상은 중국 내에서도 대규모 말떼를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다. 드라마 <삼국연의>, <공자>, <한무제> 등 100편 이상의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카메라 앞에서 말들이 일제히 달리는 장면은 CG가 아닌 실재이며, 초원 위 장관을 담기 위해 감독과 사진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번 출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사진이 가진 ‘다른 눈’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치열한 현장에서 얻은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성취감은 크지만, 더 값진 것은 함께한 동료들과의 경험이다. 14명이 남긴 수천 장의 기록은 앞으로의 작업과 전시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패상의 사막빛 노을 속에서 드론이 보여준 풍경은 사진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사진가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독자들에게 낯설지만 깊이 있는 장면을 전할 것이다. 패상은 더 이상 비밀의 땅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나 쉽게 닿을 수 없는, 시간과 자연, 인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사진의 무릉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