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품은 예천 삼강나루 주막, 국가유산으로 승격

2025-09-30     정의식 기자

예천 삼강나루의 오랜 주막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조명된다. 낙동강과 금천, 내성천이 합수되는 물길의 요충지에서 100년 넘게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온 「예천 삼강나루 주막」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된 것이다. 나루와 주막이 함께 빚어낸 민속적·역사적 의미가 총체적으로 평가받은 이번 조치는 지역 생활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확인하게 한다.

국가유산청은 9월 29일,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삼강나루 인근에 자리한 「예천 삼강나루 주막」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삼강나루 주막은 1900년경부터 2005년까지 무려 한 세기를 넘기며 운영되어온 공간으로, 단순한 주막을 넘어 강과 마을, 나루터의 생활상을 함께 담아낸 역사적 흔적이다.

이 건물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초가집으로, 주모방과 손님을 위한 접객 공간이 독립적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부엌과 마루를 더한 田자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부뚜막에서 각 방으로 따로 연결되는 독립식 구들난방, 주모방 위 다락에 마련된 성주단지 등은 당시 생활문화와 신앙적 풍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주막 벽에 남아있는 외상 장부 대신 작대기 표시 흔적은 당시 서민 경제활동을 보여주는 희귀 자료로 평가된다.

 

 

 

삼강나루 주막은 주변 경관과도 긴밀히 맞물린다. 나루터와 마을을 잇는 입구에 자리해 이용자들의 거점 역할을 했고, 제방에는 마을 공동체의 제사인 동제를 지내던 동신목과 남근석이 있어 주막과 함께 역사문화경관을 형성해왔다. 『동신계책』, 『삼강도선계 문서』 등 기록 자료도 함께 전승되어 나루와 주막의 연속성과 공동체적 성격을 증명한다. 특히 동제 때는 삼강나루의 ‘강신’과 주막의 ‘수호신’에게 소지를 올리는 의례가 치러졌던 사실은, 주막이 단순한 숙식 공간이 아닌 신앙적 구심점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 예고와 함께 3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지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더불어 역사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예천 삼강나루 주막은 단순한 옛 건물이 아니라, 강과 마을, 인간의 삶이 함께 이어져온 ‘생활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이번 지정 예고는 민속문화유산 보존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지역이 간직해온 오랜 생활유산을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