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5천 명 함께 걷는 ‘효행길’…정조대왕 능행차 230년 만에 부활
시민 5천 명이 함께 걷는 ‘효행길’이 230년 만에 다시 열린다. 서울과 경기, 수원, 화성시는 오는 9월 28일 오전 8시부터 「2025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1795년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아버지 사도세자의 융릉을 찾았던 원행(園幸)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것으로, 서울 경복궁에서 화성 융릉까지 31.3km 구간에서 진행된다. 시민 5천여 명과 말 138필이 참여하는 대규모 역사문화축제다.
올해 행사는 시민 참여를 대폭 확대했다. 단순히 행렬을 지켜보는 관람객이 아니라, ‘관광민인(觀光民人)’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직접 행렬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경복궁에서 시작되는 출궁의식을 함께하며, 정조가 걸었던 길을 따라 노들섬까지 약 2시간 동안 도보 행렬에 참여한다.
길 위에서는 덕수궁 환영 의식, 서울역 엿장수 공연, 숙대입구역 사자놀이, 삼각지역 풍물패, 용산역 취타대 등 다채로운 거리 퍼포먼스가 이어져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서울 구간은 경복궁~노들섬과 금천구청~시흥5동 주민센터로 나뉘어 총 1,600여 명과 말 20필이 행렬을 이끌고, 수원 구간에서는 2,300여 명과 말 110여 필이 안양에서 수원까지 퍼레이드를 재현한다.
수원화성 행궁광장에서는 파발마, 군문의식, 정조 맞이 입궁 퍼포먼스가 열리며, KBS 국악관현악단과 김영임, 유태평양이 함께하는 축하무대가 이어진다.
화성 구간은 동탄, 황계동, 현충공원을 잇는 전통·현대·미래 구간으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정조효공원 도착 후 융릉까지 이어지는 산릉제례 어가행렬은 화성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로, 현륭원 제향과 음복 시민 나눔 행사까지 준비돼 깊은 역사적 감동을 전한다.
행렬이 서울 노들섬에 도착하면 정조가 혜경궁 홍씨께 미음을 올리던 장면을 재현하는 ‘미음다반 퍼포먼스’와 역사학자 최태성의 역사 콘서트, 서울문화재단 어린이 취타대 공연이 마련돼 행렬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시흥행궁에서는 주민 퍼레이드와 전통연희 공연, 격쟁 상황극이 진행되며, 수원과 화성 구간 역시 행궁과 융릉 일대에서 각 지역 특색을 담은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행사 당일 일부 구간은 교통이 통제된다. 서울에서는 경복궁 광화문 교차로에서 노들섬, 금천구청 일대 도로가 시간대별로 통제되며, 수원에서는 안양~수원종합운동장, 장안문~팔달문, 창룡문사거리까지 주요 구간이 순차적으로 전면 통제된다. 화성에서는 한빛사거리, 병점, 현충공원 일대 도로가 전면 통제돼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하며, 상세한 교통통제 정보는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수원시와 화성시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경기도는 이번 능행차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하며,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글로벌 축제 2년 차를 맞은 제62회 수원화성문화제의 첫 장을 여는 장대한 퍼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고, 화성시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화한 융릉 제향을 통해 시민들이 더 깊이 있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올해 특히 많은 시민이 행렬에 참여해 정조대왕의 효심과 소통의 정치를 기리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