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속살까지 들여다본다, 초분광 카메라로 당도 예측까지 가능

2025-09-23     송시영 기자

사과가 단순히 겉모습이 아닌 속살까지 과학적으로 판별되는 시대가 열렸다. 농촌진흥청이 ‘초분광 특수 카메라 기반 분석 방법’을 확립해 사과 품종별 특성과 속살의 물리‧화학적 특징까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 좋은 사과를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과수 산업 전반의 품질 관리와 유통 체계에도 혁신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사과 껍질의 색상과 모양을 판별하던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연구진은 RGB 카메라를 활용하던 기존 기술을 확장해 초분광 카메라로 보이지 않는 내부 특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초분광 이미지는 빛의 파장을 세분화해 각 파장대별 반사율 차이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속살 변화나 내부 손상까지 감지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우선 기존에 활용되던 식생지수(VI)들을 반복 검증해 사과 판별에 적합한 50개를 선별했고, 여기에 사과 전용 신규 지수 6개를 새롭게 개발했다. 검증 결과, 신규 지수를 활용한 사과 품종·특성 판별 정확도는 94.3%로, 기존 50개 지수 활용 시 정확도(95.6%)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신규 지수들이 현장에서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초분광 분석법은 기존 방식으로 구분하기 어려웠던 적색 계열 사과의 세부 특성 판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비(非)적색 계열인 청색·황색 품종과 달리, 적색 품종은 겉모습이 비슷해 눈이나 일반 카메라로는 품종별 특성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초분광 기법을 활용하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흠집·멍·생리장해 등 외관상 잘 드러나지 않는 결점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성과를 토대로 관련 기술을 특허 출원(10-2024-0190520)까지 완료했으며, 앞으로 당도 예측 지수까지 개발해 사과 품질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품종 판별을 넘어, 소비자가 선호하는 ‘달콤한 사과’를 출하 전 단계에서 미리 구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장 파급력도 크다. 생산자는 적은 비용과 노동력으로 고품질 사과를 판별해 출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출고 전 선별 과정을 정밀화해 불필요한 폐기를 줄이며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농가·유통업체·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형성이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농업생명자원부 김남정 부장은 “초분광 이미지를 활용해 사과에 특화된 선별 지표를 구축한 것은 현장 적용성을 크게 높인 성과”라며, 앞으로도 내부 특성 분석 기술을 고도화해 과실 분석 정확도를 더욱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