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오봉산 용추동과 칼바위 일원」, 「여수 거문도 수월산 일원」 명승 지정 예고
전라남도의 깊은 산과 푸른 바다가 품어온 비경이 국가 차원의 보존과 관리로 이어진다. 국가유산청이 「보성 오봉산 용추동과 칼바위 일원」, 「여수 거문도 수월산 일원」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 예고하며, 자연의 장엄한 풍경과 역사·문화가 어우러진 두 곳의 가치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보성 오봉산은 예로부터 고문헌과 문집에서 뛰어난 경승지로 기록되어 왔다. 이곳에 발을 들이면 바위 사이에서 계절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는 풍혈지가 맞아주고, 칼처럼 솟은 바위와 웅장한 기암괴석이 이어진다. 정상에서는 남해안 득량만의 수려한 해안 풍광이 펼쳐지며, 계곡으로 내려서면 폭포와 숲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린다.
하지만 오봉산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경관만이 아니다. 칼바위에는 세월을 새긴 마애불상이 있고, 개흥사지 유적이 전하는 불교 신앙의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이 일대는 우리 전통 난방문화의 핵심인 구들장 채석지로서, 구들장을 운반하던 우마차길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산업사적 의미까지 품고 있다. 산과 바위, 숲과 폭포, 종교와 산업이 함께 얽혀 있는 복합유산이라 할 만하다.
여수 거문도의 수월산은 이름부터 전설과 지형을 동시에 품는다. 바람이 강하면 파도가 육로를 넘는 지형 때문에 ‘목넘이’라 불렸고, 이로 인해 ‘물이 넘나드는 산’이라는 수월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탐방로를 따라가면 동백나무숲이 빽빽히 이어지고, 꽃이 피는 시기에는 붉은 융단처럼 장관을 이룬다. 숲 사이로 보이는 기암괴석과 해안 풍광은 남해의 매혹을 담고 있으며, 낙조와 일출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관백정은 거문도 등대와 명승으로 지정된 백도를 한눈에 품는 명당이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경승지가 아니라 남해 해상 방어의 핵심 요충지였다. 1885년 ‘거문도 사건’의 현장이자, 남해안 최초로 세워진 거문도 등대가 자리하며, 근대 해양사와 국제 정치사의 중요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남부 해안의 다양한 상록수와 동박새, 흑비둘기 등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청은 두 곳의 지정 예고에 대해 30일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명승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경관의 아름다움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복합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미래 세대와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오봉산과 수월산은 단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세월과 역사, 문화와 산업, 생태와 전통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살아있는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