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바람 발전 수익 주민에게…주민이 직접 투자하고 수익 공유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정책의 핵심인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제 설계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용역 착수회의를 열어 제도의 방향과 추진 계획을 논의하고, 주민이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참여하며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맞춤형 표준사업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경관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지역사회의 수용성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일부 태양광 사업에서 주민참여형 모델이 운영돼 왔으나 전국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고, 풍력 역시 태양광·육상풍력 위주 설계에 치중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산업부는 이에 태양광·풍력 맞춤형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성공 사례를 토대로 지원체계와 장기 사후관리 방안을 포함한 제도화를 추진해 시범사업 후 전국 확산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책적 전환은 이미 지역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에서는 주민 주도형 1MW 규모 ‘햇빛두레 태양광 발전소’가 지난해 준공돼 월 1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수익은 무료 마을 식당 운영, 행복버스 운행, 문화 관람 지원 등 복지사업에 전액 환원돼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구양리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지인이 사업을 가져가 마을에 남는 게 없었지만, 이제는 주민이 주도해 수익이 생기고 복지로 이어져 마을 화합의 계기가 됐다”며 “인근 마을에서도 견학을 올 정도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구양리 사업의 성공에는 민간기업 (주)승화기술의 역할이 컸다. 승화기술은 부지 매입, 인허가, 시공, 유지보수 전 과정을 주도했고, 초기사업비를 자체 투입한 뒤 금융기관과 협력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 주민 부담을 최소화했다. 최충기 승화기술 대표는 양평군에너지협동조합 경험을 토대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주민이 직접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이 농촌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에는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에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가 준공됐다. 1단계 1MW 설비가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6년 하반기까지 총 3MW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총 54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승화기술이 전라남도 공모사업을 통해 주관했고, 마을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에 참여한다. 참여 가구는 연간 약 142만 원을 20년간 연금처럼 지급받으며, 이른바 ‘햇빛연금’ 모델을 현실화했다. 이는 농촌 고령화와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기본소득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지역산업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구양리와 영광 사례처럼 주민참여형 모델이 제도화되면 전국으로 확산돼 재생에너지 주력 전원화와 농어촌 경제 활력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 설계와 현장의 성공사례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주민 참여와 이익 공유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햇빛과 바람으로 얻은 수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구조가 정착되면, 재생에너지가 지역 복지와 결합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로 자리 잡아 전국 곳곳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