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R&D 예산 역대 최대 1515억 원 투자...K-컬처, AI로 세계를 장악한다
한국 문화산업이 본격적으로 기술 혁신의 기로에 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1,515억 원으로 확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보다 무려 42.7% 늘어난 수치로, 최근 몇 년간 계속 줄어들던 문화기술 예산 흐름을 뒤집는 대전환으로 평가된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케이(K)-컬처 인공지능(AI) 산소공급 프로젝트’다. 이름처럼 콘텐츠 산업 전 과정에 인공지능을 공급해 산업 생태계 자체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전환(AX)하려는 전략이다. 기획·제작·유통·수출 등 콘텐츠의 전 생애주기마다 AI를 접목해 K-컬처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는 ‘자국 인공지능(소버린 AI)’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한국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공공 문화시설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경험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융합형 인공지능 인재를 길러내 ‘세계 소프트파워 5대 문화강국’이라는 장기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이번 증액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1,001억 원까지 줄었던 R&D 예산은 문화기술 기업들의 만성적 자금난과 맞물려 산업 혁신을 가로막는 병목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판도를 흔드는 상황에서, 문화산업 역시 대응 투자 없이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정부 결정을 끌어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문화산업의 튼튼한 뿌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K-컬처의 ‘2막’을 열어줄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K팝과 드라마 등 소프트파워의 성과를 넘어, 기술 기반의 문화산업이야말로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정책담당자의 말처럼 “아이디어에 기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의 뿌리”가 단단해져야 지속가능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