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이동, 기차표 매크로 집중단속 본격화
추석 승차권 대란의 실체는 ‘자동화된 클릭’이었다—매크로로 뽑아낸 표가 정가로 표를 사려던 수백만 명의 권리를 가로채는 일이 반복되자, 경찰이 무관용 원칙으로 전면 맞불을 놨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 창을 상대로 초단위·밀리초 단위의 반복 작업을 수행, 기차 승차권을 대량 선점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가 이번 추석을 전후해 집중 단속 대상이 됐다. 경찰청은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적으로 ‘매크로 이용 온라인 암표 집중단속’을 전개하는 한편, 코레일·SRT 예매 기간 전후를 맞춰 수사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은 단순 재판매자에 그치지 않는다. 매크로 제작·판매자, 재판매 브로커, 암표 유통망 전반이 수사망에 포함된다.
사례는 이미 현실이다. 광주 사이버수사대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매크로로 스포츠·콘서트 입장권 229매를 예매해 약 6,4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피의자 3명을 적발했고, 대구 사이버는 2025년 6~7월 매크로로 133매를 사들여 240만 원을 번 피의자를 검거했다. 법원 판결도 엄중하다. 1,215장 분량의 공연 티켓을 매크로로 확보한 사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유죄 판결(징역·벌금 규정 적용)을 냈다. 경찰은 “매크로 예매는 명백한 형법상 업무방해”라며, 형사처벌과 더불어 범죄수익 환수를 마지막까지 추적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단속은 기술·정보전 양상으로 전개된다. 코레일과 ㈜에스알(SR)은 예매 기록의 이상 징후를 자동 분석해 의심 사례를 경찰에 통보한다. 탐지 지표는 복합적이다. 짧은 시간에 동일 카드·계좌로 다수 결제, 동일 IP·기기 지문(디바이스 핑거프린트)의 반복 접속, 비정상적 클릭 패턴(인간 불가능한 간격), 한 계정에 편중된 다량 예매 등이다. 경찰은 이러한 로그·접속 기록을 근거로 디지털 포렌식을 시행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이 설치된 개인용 PC·서버·가상머신과 결제 관련 장부를 확보해 제작자·유통자 연결고리를 추적한다.
단속 범위는 온라인 예매 시스템을 넘어 SNS·중고거래·메신저 채널까지 확장된다. 암표 거래는 단순한 ‘티켓 재판매’가 아니라, 조직적 영업·광고·중개 행위로 진화해 왔다. 경찰은 모니터링 전담팀을 운영해 암표 게시글·비공개 거래채널을 실시간 검색·차단하고, 재판매 흐름의 결제 흔적을 소환해 수사로 연결한다. 또한 매크로 제작·판매 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을 병행, 사용자뿐 아니라 공급자까지 형사 책임을 묻는 전략을 취한다.
예매 일정과 현실적 영향도 구체적이다. 코레일은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SRT는 9월 8일부터 11일까지 추석 승차권 예매를 진행한다. 연휴가 길어 이동 수요가 평년보다 늘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특정 세력이 예매 시스템을 장악하면 표의 원가·유통 구조가 왜곡돼 국민 피해가 급증한다. 실제로 정가로 표를 구매하려던 시민들은 예약 페이지 앞에서 빈손으로 돌아서야 하고, 합법적 창구가 아닌 불법 유통망에서 높은 비용을 치러야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법집행의 목표는 단순 단속·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은 ▲예매 시스템의 취약점 진단·통보 ▲철도사·결제사와의 협력체계 강화 ▲암표 거래 플랫폼과의 협의 통한 정책적 차단 ▲범죄수익 환수 및 압수재산 처분까지 포함한 전주기 대응을 추진한다. 특히 재범 방지를 위해 검거 시 형사 고발과 병행해 자금흐름을 따라 몰수·추징을 전개, 불법 유통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방지책과 이용자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속이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더라도 매크로의 고도화, VPN·프록시·클라우드 인프라의 악용, 가짜 계좌·가상결제수단의 활용 등 고도화된 수법은 계속 진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철도사·결제사·통신사와의 실시간 정보공유 체계 구축, 예매 창구의 CAPTCHA 강화·비정상 트래픽 자동차단 기술 도입, 그리고 암표 구매 자체를 ‘사회적 불법 행위’로 인식시키는 대국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매크로 이용 행위의 직접적 피해자는 표를 정가로 구하지 못하는 국민 다수”라며 “매크로를 제작·판매하거나 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도 암표 구매를 통한 수요 방조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석 전후로 의심사례 접수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포렌식과 통신수사, 금융추적을 병행해 불법 유통망을 차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