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순, 치조골 손실 억제…염증 점수 절반 감소

2025-09-04     정의식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두의 어린싹, ‘녹두순’이 천연 구강 건강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기능성 식품·의약 산업의 새로운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동물실험과 세포실험을 통해 녹두순 추출물이 치주염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녹두순은 발아 후 10일 차에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가장 높아지는데, 특히 루틴과 케페롤, 퀘르세틴 같은 항산화·항염 성분이 풍부하다. 루틴 함량은 100g당 38.2mg으로, 메밀의 루틴 함량보다 높다. 이런 성분은 항산화 작용뿐만 아니라 염증 억제, 세포 보호 효과까지 갖고 있어 구강 건강 증진에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 푸드테크소재과 연구진은 염증을 유발한 잇몸세포에 녹두순 추출물을 처리했을 때, 염증성 물질인 IL-6과 IL-8이 각각 21%, 25%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치주염의 대표적 염증 경로를 완화하는 결과로, 세포 독성 시험에서도 안전성이 확보됐다. 이어 동물실험에서는 치주염을 유발해 치조골 손실이 진행된 개체에 녹두순 추출물을 10일간 급여한 결과, 치주염 진행 정도가 8.5% 줄었고, 염증 점수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염증으로 무너진 조직 배열이 정상에 가까운 형태로 회복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동의보감』에도 이미 녹두의 해독 효능과 갈증 완화, 열로 인한 부종 제거 효과가 기록돼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 지혜가 과학적 실험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구강 건강에 국한되지 않고, 치약·구강청결제·기능성 음료 등 다양한 산업적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실험을 통해 녹두순의 수확 시기와 추출 조건에 따른 기능 성분 변화도 분석됐다. 발아 10일 차 녹두순에서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가장 높았으며, 추출조건에서는 50% 주정에서 최대 수치를 기록했으나 실제 산업적 효율을 고려했을 때 30% 주정 조건이 가장 적합했다. 이는 대량 생산과 기술 이전을 위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성과를 특허로 출원했으며, ‘녹두순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치주질환 개선·예방 조성물’로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향후 기업과의 기술이전을 통해 관련 제품 상용화가 앞당겨질 경우, 천연물 기반 구강 관리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숙 푸드테크소재과장은 “녹두순이 치주 질환 예방과 개선에 활용 가능한 천연 소재임을 확인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예방 중심의 구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기능성 원료 개발과 산업 확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