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미만 ‘젊은 당뇨’ 폭증, 영유아기도 큰 증가
가벼운 체중 증가가 아닌 ‘세대 건강의 경고’다. 2008년 이후 13년 동안 국내 30세 미만 청년·소아에서 당뇨병이 급증했고, 특히 2형 당뇨병의 발생·유병이 폭발적으로 늘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선 그 증가폭이 훨씬 크다는 국내 최대 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립보건연구원과 질병관리청의 지원을 받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2008~2021)를 기반으로 13만 명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해 30세 미만의 1형·2형 당뇨병 연도별 발생률과 유병률 추이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2형 당뇨병의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27.6명에서 60.5명으로 2.2배 증가했고, 유병률은 73.3명에서 270.4명으로 약 4배 급증했다. 1형 당뇨병은 발생률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유병률은 21.8명에서 46.4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됐다.
연령·성별 패턴은 뚜렷하다. 1형 당뇨병은 여성에서 26% 더 많았고, 특히 영유아기(0-5세)에서 발병률 증가폭이 컸다. 반면 2형 당뇨병은 남성에서 17% 더 높게 나타났고, 청소년기(13-18세)에서 가장 큰 증가를 보였다. 연구팀은 2형 당뇨의 증가는 비만과 관련된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 청소년기 생활습관 변화(운동 감소·고열량 식이 등)가 주요 배경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부분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다.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의료급여 수급자 등 저소득층에서는 1형 당뇨병 발생이 중·고소득층보다 2.9배, 2형 당뇨병은 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소아와 젊은 연령층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관리가 시급하며,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의 건강 형평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연구 방법상 특징과 한계도 분명하다. 본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의 진단 코드와 처방·입원 기록 등을 바탕으로 환자를 식별·분류했기 때문에 임상적 진단(예: 혈당·항체검사·BMI 등) 자료가 포함되지 않아 일부 유형 분류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청구자료 기반 연구의 특성상 생활습관, 식습관, 체질량지수 등 심층 위험요인에 관한 개별 정보는 제한적이어서 인과관계 규명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13년간 대규모 전국 단위 데이터를 활용한 이번 분석은 소아·청소년·청년기 당뇨병의 장기 추이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책적 시사점은 명확하다. 우선 학교·지역사회 중심의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과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조기 발견을 위한 학교 기반 혈당·체중 모니터링과 학교 보건 체계의 역량 강화, 청소년 대상 맞춤형 운동·영양 교육이 요구된다. 또한 저소득층에서 발생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 만큼, 의료 접근성 개선, 예방·관리 교육의 사회안전망화, 저비용·고효율의 지역사회 개입 프로그램 도입 등 건강 형평성 회복을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임상의 측면에선 소아·청소년 진료 현장에서 당뇨병 위험을 조기에 인지하고 생활습관 중재와 적절한 의학적 추적을 병행해야 한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진단의 임상적 근거(혈당·당화혈색소·항체검사 등)와 BMI·생활습관 데이터를 결합한 코호트 연구, 사회경제적 요인과 환경요인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다변량 분석을 제안했다. 또한 지역·연령·성별·소득별 맞춤형 예방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실증적 개입 연구도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