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곤충 소금쟁이 초소형 수상 로봇 개발, 국산 기술로 사이언스 표지 장식

2025-08-22     이혜숙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물 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곤충 ‘라고벨리아(부채다리 소금쟁이)’의 비밀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구현한 초소형 로봇 제작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수상 로봇, 해양 탐사, 재난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아주대학교 고제성 교수 연구팀은 미국 UC버클리, 조지아공과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해 수생 곤충 라고벨리아의 초고속 기동 원리를 밝혀내고,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8월 22일자(현지시간 21일)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라고벨리아는 빠른 물살 속에서도 방향 전환, 제동, 급가속을 자유롭게 하는 특유의 ‘부채꼴 다리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구조가 어떻게 0.01초(10밀리초) 이내에 펼쳐지고 접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의 다리 끝 구조가 단순한 근육 작용이 아닌 ‘탄성-모세관 현상(elastocapillarity)’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물속에 들어가면 표면장력과 탄성 효과로 스스로 퍼지고, 물 위에서는 즉시 접히는 초고속 자가 변형 구조라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곤충 크기의 로봇을 제작했다. 21개의 인공 털로 만든 미세한 부채꼴 구조를 다리 끝에 적용해 물속에서 강한 추진력과 민첩한 회전 능력을 구현했다. 로봇은 형상기억합금 기반 인공 근육 구동기를 장착해 자유롭게 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며, 총 무게 0.23g에 불과하지만 전진 속도는 체장 대비 초당 1.96배, 회전 속도는 206°/s에 달하는 기동성을 보였다. 이는 기존 반수생 로봇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이다.

 

 

이번 연구는 자연계 곤충이 가진 ‘구조적 지능’을 모사해 차세대 수상 로봇 설계에 직접 적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고제성 교수는 “15년간 연구해온 소금쟁이의 수면 거동 비밀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환경 모니터링, 수질 탐사, 재난 구조뿐 아니라 초경량 생체장치나 환경 센서에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성과가 단순한 곤충 연구를 넘어 자연에서 배우는 혁신적 로봇공학(biomimicry)의 새로운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자가 변형 구조’를 설계 원리로 제시해 차세대 마이크로 로봇, 나아가 의료·환경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