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차도 시대’ 끝나고 평면교차로 시대로 전환
서울의 대표 간선도로 중 하나인 서부간선도로가 30년 넘게 이어온 입체교차로 구조를 벗고 전면적인 평면화 작업에 들어간다. 광명교와 오금교 지하차도가 이번 달 말부터 완전히 폐쇄되면서 서울 서남권 도로 지도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첫 신호탄이 울렸다.
서울시는 오는 29일 자정, 광명교 지하차도의 양방향 4개 차로를 전면 통제하고, 이어 31일 자정에는 오금교 동측 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전면 중단한다. 그 자리는 신설된 상부 평면교차로로 대체되며, 신호 체계를 통해 차량이 통행하도록 설계됐다. 기존에는 끊김 없는 직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신호 대기에 따른 속도 저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과정이 단순한 교통 불편이 아니라 생활권 단절을 잇고,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도시 재구조화’라고 강조한다.
이번 평면화 사업은 단순한 도로 공사가 아니라 ‘도시공간 회복 프로젝트’라는 성격이 강하다. 서부간선도로는 양천·구로·금천·영등포 일대를 동서로 가르며 지역 간 이동을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 역할을 해왔다. 인근 주민들은 오랫동안 도로로 인해 마을이 단절되고, 보행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된 생활을 감내해야 했다. 서울시는 2023년 7월부터 양평동 목동교에서 가산동 금천교까지 총 8.1km 구간을 일반도로화하는 ‘친환경공간 조성공사’를 시작하며, 도로를 단순한 교통로가 아닌 지역 공동체와 연결되는 생활축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체 입체교차로 8개소 가운데 목동교, 신정교, 사성교, 철산교는 지하차도를 유지하지만, 오목교, 오금교, 고척교, 광명교는 단계적으로 지하차도가 사라지고 평면교차로로 전환된다. 특히 고척교 지하차도는 2026년 상반기에 폐쇄될 예정이며, 서울시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전체 평면화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교통량 증가와 지체 현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얻게 될 ‘도시적 이익’이 훨씬 크다고 보고 있다. 단절된 보행 네트워크가 복원되고, 지하차도 상부에는 보도와 녹지 공간이 조성된다. 이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보행자와 지역 생활권 중심의 공간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상징적인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사가 서울시의 균형발전과 친환경 교통정책의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안대희 본부장은 “지하차도 평면화는 지역 균형발전과 생활권 회복의 핵심”이라며 “공사 기간 중에는 차량 정체와 불편이 예상되므로 운전자들의 서행 운전과 우회도로 이용 협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서부간선도로 평면화는 ‘교통 효율성보다 도시 균형 발전’에 방점을 찍은 서울시의 결단이며, 도로를 사람과 지역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되돌리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