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수정산성, 신라부터 조선까지 1,300년의 흔적...150년 만에 문화유산으로
거제도에 또 하나의 역사적 보물이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자리잡게 된다. 국가유산청은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거제 수정산성(巨濟 水晶山城)」을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수정산성은 조선 후기 외세의 침입에 대비해 조정의 지원 없이 거제부사 송희승과 거제도민들이 힘을 모아 쌓은 산성으로, 기록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축성된 산성이라는 점에서 희소성과 역사적 상징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수정산(해발 143m)에 자리한 산성은 테뫼식 석축산성으로 성벽 둘레 약 450m 규모다. 11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삼국시대 신라의 초축 성벽 위에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수·개축된 흔적이 남아 있어 성곽 축조 기술의 변천을 보여주는 중요한 현장이다. 성벽 최종 수축 연대는 성내에 세워진 「수정산성축성기」 비석을 통해 고종 10년(1873년)임이 확인된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상 마지막 축성 사례로, 조선 후기 성곽사 연구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또한 성내 건물지와 동서문지의 잔존 상태는 조선 후기 성곽 구조와 건축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특히 온돌이 없는 1호 건물지는 창고나 관사로 추정되며, 석회라는 고급 자재가 대량 사용된 점으로 미루어 중요한 용도의 건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초축 성벽에서 드러난 성돌 가공과 바른층쌓기 기법, 원형 집수시설 등은 축성 시기를 6세기 후반~7세기 초로 추정하게 하며, 신라가 남해 방어 체계를 확립해 가던 과정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도 크다.
거제 수정산성은 단순한 군사적 방어 거점을 넘어선다. 산성 정상에서는 거제평야와 서남쪽 해안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경관적 가치 또한 높다. 군사·역사·학술·경관 등 다면적 가치를 두루 지닌 유산인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 잠재된 역사 자원을 발굴·보존하고 활용 방안을 모색해 무형과 유형을 아우르는 문화유산 행정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