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해오라비난초, 국립수목원 보전 성과로 개화
백로를 닮은 난초가 국립수목원에서 다시 꽃을 피웠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전시원 ‘희귀특산식물보존원’에서 개화한 해오라비난초는 산림청이 지정한 위급종(CR) 희귀식물로, 꽃잎 모양이 마치 하늘을 나는 백로를 닮아 ‘하늘 나는 난초’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여름철 습지와 습윤한 초지에서만 자라며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어 생태적 가치와 조형적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아온 식물이다.
과거에는 경기도, 강원도, 경상북도 등 중부와 동부 지역에 자생지가 기록됐지만 현재는 경기와 전라도 일부에서만 관찰된다. 자생지의 급격한 감소는 습지 매립과 개발, 잦은 인위적 출입,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건조화 등이 겹치면서 가속화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상황이어서 해오라비난초는 대표적인 멸종위기 희귀식물로 꼽히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이 희귀 난초의 보전을 위해 장기간 현지내와 현지외 보전을 병행해왔다. 수원시 일월수목원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자생지 보전을 이어가는 한편 종자 기내배양으로 확보한 개체를 인공 증식해 서식지에 식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에 전시원에서 꽃을 피운 해오라비난초는 이러한 연구와 관리의 결실로, 국립수목원이 조성한 인공 습지 환경이 난초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생육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번 개화는 단순히 보전 연구의 성과를 넘어 일반 국민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백로가 날개를 펼친 듯한 독특한 꽃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희귀식물의 존재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국립수목원 임영석 원장은 “해오라비난초와 같은 희귀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생물다양성 보전의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자생식물의 보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해오라비난초는 국립수목원 전시원 내 ‘희귀특산식물보존원’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으며, 방문객은 습지의 보석 같은 희귀 난초가 피어오른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