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을 줄이는 쌀, 이름도 ‘감탄’… 탄소중립 농업의 새로운 길 열렸다

2025-08-18     송시영 기자

전북 부안의 논 한가운데, 초록빛 벼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러나 이 벼는 평범하지 않다. 이름부터 ‘감탄’이라 불리는 신품종으로, 세계 최초로 특정 유전자를 활용해 전통 육종만으로 개발된 메탄 저감 벼다. 기후위기 대응과 농업 탄소 감축, 식량안보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 현장과 학계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농촌경제를 지탱해 온 핵심 작물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병해충,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맞물리며 지속가능한 쌀 산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졌다. 벼 재배는 생육 과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한다. 뿌리에서 분비되는 먹이 물질이 고세균을 활성화시키면서 메탄이 발생하는데, 이는 지구온난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감탄’ 종자 크기

 

‘감탄’은 바로 이 지점을 정조준했다. 지에스쓰리(gs3) 유전자가 벼알을 굵게 하는 동시에 메탄 발생 물질의 분비를 줄여, 자연스럽게 메탄 배출을 억제한다. 실험 결과, 기존 품종 ‘새일미’에 비해 메탄이 약 16% 적게 발생했고, 비료를 절반으로 줄이면 최대 24%까지 감축됐다. 일반 벼는 비료를 줄이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지만 ‘감탄’은 손실이 7% 수준에 그쳐 생산성 저하가 현저히 적다. 게다가 별도의 장비나 관리가 필요하지 않아, 품종만 교체하면 곧바로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감탄’ 초형 (좌 : 비료 50% 재배 , 우 비료 100% 재배)

 

농촌진흥청은 이를 바탕으로 ‘그린라이스(Green Rice)’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그린라이스’는 화학비료 사용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기후변화 대응형 벼를 뜻한다. ‘감탄’은 이 사업의 첫 성과물로, 밥맛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실용성과 시장성을 입증했다. 병해에도 강해 친환경 단지 조성에 적합하고, 저탄소 인증 및 브랜드 전략과 연결되면 농가 소득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올해부터 ‘감탄’은 전북 부안, 충북 청주, 경북 예천 등에서 현장 실증연구가 시작됐다. 오는 9월 열리는 연시회에서는 농업인과 유통업계의 의견을 모아 본격 보급을 앞둔다. 앞으로는 친환경 농업단지를 중심으로 종자가 우선 공급되며, 고품질 브랜드 쌀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정병우 농촌진흥청 밭작물개발부장은 “‘감탄’은 전통 육종으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메탄 저감 벼 품종”이라며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환경 보전을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