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나무가 머리카락 살린다” 국내 자생식물, 탈모 예방 효과 첫 확인
탈모 예방을 위한 해답이 해안가의 한 그루 나무에서 시작됐다. 국내 자생 덩굴식물인 보리밥나무가 모발 생장 핵심 세포인 모유두세포를 강화해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연구의 중심에는 경남 진주에 위치한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가 있다. 이들은 2022년부터 모발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산림자원을 찾기 위해 170여 종의 국내 산림자원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스크리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보리밥나무가 단연코 가장 우수한 모유두세포 강화 효과를 보였다.
보리밥나무는 상록성 활엽 덩굴식물로, 주로 해안가와 남부 지역에서 자생한다. 은백색과 연한 갈색의 비늘털이 덮인 작은 가지가 특징이며, 한방에서는 ‘동조(冬棗)’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기침, 천식, 당뇨 등에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식물이 탈모 예방 기능성 원료로서의 잠재력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보리밥나무 추출물을 10μg/ml 및 30μg/ml 농도로 모유두세포에 처리한 결과, 각각 150%, 175%의 활성 증가를 확인했다. 모유두세포는 모낭 기저부에 위치하며 모발의 성장과 생장 주기를 조절하는 핵심 세포다. 세포의 활성이 높아질수록 모발 성장 속도 및 밀도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추출물의 효과는 단순 세포활성에 그치지 않고, 세포 활성도와 관련된 바이오마커의 발현도 농도에 따라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보리밥나무 추출물이 단기적 자극이 아닌 세포 내 신호계 자체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피부 안전성 평가에서도 무자극 등급을 받아, 화장품 원료로서의 실용성과 안전성 또한 확보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술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산업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미 보리밥나무 추출물 관련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도 등재를 마쳐 글로벌 코스메틱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또한 추출물을 적용한 앰플 형태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실제 인체 적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 효능 시험도 진행 중이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최식원 박사는 “보리밥나무는 자연에서 찾은 고기능성 바이오소재이자, 국내 자생 식물로서 원천기술 보호까지 가능한 전략적 자원”이라며 “향후 산업체와의 기술 이전을 통해 기능성 원료시장에 국산산림자원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탈모 관리 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상황에서, 생물 주권을 지키면서도 상업적 가치가 높은 원료를 확보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앞으로도 산림자원의 고부가가치 활용을 위한 연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