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토지 거래량 11% 감소… ‘거래절벽’ 본격화

2025-07-25     이혜숙 기자

2025년 상반기 대한민국 땅값이 또 한 번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 상승은 과거와는 달랐다. 전체적으로는 상승했지만, 그 폭은 줄었고, 지역 간 온도차는 더욱 벌어졌다. 강남과 용산은 다시 상승폭을 키우는 반면, 지방 다수 지역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거래량 또한 크게 줄며 시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국 지가는 1.05% 상승했다. 겉으로만 보면 ‘상승’이라는 단어가 안정세를 암시하지만,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2024년 하반기(1.15%) 대비 상승폭은 0.10%p 감소했으며, 순수토지 거래량은 무려 10.9%나 감소했다. 숫자는 말한다. “지금, 시장은 조용히 식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별 불균형이다. 서울은 여전히 강세(1.73%)를 유지했고, 강남구(2.81%), 용산구(2.61%), 용인 처인구(2.37%) 등은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그러나 수도권 전체(1.40%)와 지방(0.44%)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고, 인구감소지역의 평균 지가상승률은 고작 0.348%에 그쳤다. 이는 비대상 지역(1.106%)보다 0.758%p 낮은 수치로, 지방 중소도시의 부동산 회복력이 매우 제한적임을 드러낸다.

용도별 분석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은 각각 1.17% 상승,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농림지역(0.45%), 자연환경보전지역(0.17%)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이용상황별로도 상업용(1.16%), 주거용(1.11%)이 높은 반면, 임야(0.58%), **기타(0.42%)**는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거래량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토지 거래량은 90.7만 필지로 전년 대비 2.5% 감소, 건축물을 제외한 순수토지는 30.8만 필지로 전년보다 10.9%나 줄었다. 이는 5년 평균 대비로 보면 무려 37.2%나 감소한 수준이다.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역별 거래량 변화는 이 같은 흐름을 더욱 분명히 한다. 세종, 울산 등 일부 지역은 거래량이 늘었지만, 전체 17개 시도 중 12개 시도는 오히려 감소했다. 순수토지 기준으로도 광주(+47.6%), 부산(+13.8%)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용도지역 중 농림지역은 거래량이 25.9% 증가해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이는 정부의 정책적 영향이나 개발 기대심리로 분석된다. 그 외 전(밭), 임야, 공장용지 등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며, 실수요가 사라진 시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건물용도별로 보면 공업용(-43.3%), 상업업무용(-8.6%), 기타 건물(-26.4%) 모두 거래량이 감소했다. 토지시장 전반에 걸쳐 ‘거래의 실종’ 현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지가 상승은 계속되고 있지만, 거래는 줄고, 그 상승도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시장의 이중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치상의 안정과 상승 이면에는 지역 양극화, 거래 감소, 시장 냉각이라는 구조적 위험이 깔려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한 부동산 통계 그 이상이다. 이는 정책 입안자에게는 지방 균형발전 정책의 보완 필요성을, 투자자에게는 단기 급등 지역에 대한 리스크 점검을, 실수요자에게는 합리적 매입 시점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중요한 경고다.

지금, 땅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오르기만 하는 것은 없다. 어디에, 언제, 어떻게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