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도 15% 상승, 심박수 9% 증가…숲이 만든 자연 헬스장

2025-07-24     정의식 기자

숲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몸은 느리게 움직이지만, 심장은 더 빠르게 반응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길 경사도가 높아질수록 이용자의 심박수와 운동효과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을 걷는 것만으로도 유산소운동을 능가하는 건강 자극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학과 이대택 교수팀과 함께 숲길의 운동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는 40~50대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됐으며, 경사도와 난이도가 서로 다른 세 구간—‘보통’(17%), ‘어려움’(22%), ‘매우 어려움’(32%)—을 각각 500m씩 걷게 하고 보행속도, 심박수, 운동 자각도(운동강도에 대한 자가 인지 척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보행속도는 줄어들었다. ‘보통’ 구간에서는 시속 약 3.65km, ‘어려움’ 구간은 2.96km, ‘매우 어려움’ 구간은 2.54km로 나타났다. 그러나 운동강도는 반대로 상승했다. ‘보통’ 등급 대비 ‘매우 어려움’ 구간에서 심박수는 약 9% 상승했고, 운동 자각도는 무려 36% 증가했다. 걷는 속도는 줄지만, 신체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셈이다.

숲길의 난이도 기준은 산림청이 정한 이용등급 체계를 따른다. 경사도, 거리, 노면 유형, 폭, 안내표지 유무 등 다섯 가지 항목으로 평가하며 ‘매우 쉬움’부터 ‘매우 어려움’까지 다섯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는 단순한 안내표시가 아닌 과학적 기준으로서, 이용자의 안전과 운동효과를 함께 고려한 가이드라인이다.

이 연구결과는 산림분야 국제 학술지 『Forests』 제16권에 게재되며 그 학문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특히 국내 최초로 숲길 이용등급과 운동생리학 지표 간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휴먼서비스연구과 이수광 연구사는 “이번 연구는 평지 걷기보다 자연 경사 숲길 걷기의 운동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향후 숲길의 건강 증진 효과와 정신적 치유력에 대한 정밀한 연구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나무 사이를 걷는 것이 아니다.
숲길은 ‘움직이는 건강 플랫폼’이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가 들어도, 경사와 리듬만 조절하면 누구에게나 열린 과학적 헬스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