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1건으로 투자 17배 끌어올린 스타트업의 비밀

2025-07-23     정의식 기자

“좋은 기술이 있어도 투자받지 못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기술이 살아남는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자금’과 ‘회수(exit)’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모두, 막연한 아이디어나 빠른 시장 진입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기술력을 증명하고, 시장지배력을 보장하며, 미래 가능성을 수치화하는 강력한 도구는 따로 있다. 바로 특허와 상표다.

최근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특허청이 발표한 대규모 연구 결과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식재산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금조달 가능성이 최대 17.1배, 엑싯 가능성도 최대 5.9배나 높다. 단지 ‘법적 권리’의 의미를 넘어, 특허와 상표는 이제 스타트업의 시장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연구는 1999년부터 2025년까지, 총 2,615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내역과 특허·상표 출원 활동을 전수 분석했다. 특히 시드 단계, 시리즈 A~C 단계별로 IP 활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량적으로 입증했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스타트업의 특허·상표 활동이 활발할수록, 투자자는 더 많이 몰리고, 회수 확률은 배가된다.

실제로 시드 단계에서 IP 출원이 있으면 자금 유치 가능성이 1.7배, 시리즈 A~B 단계에서는 3.1배, 시리즈 C 이후 후기 단계에서는 무려 6.3배나 높아진다. 이 수치는 단순 보조 자료가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특허와 상표는 곧 “기술력의 증거”, “시장진입장벽의 구축”, “리스크 완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IP의 양과 범위가 늘어날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국내외 특허·상표를 20건 이상 출원한 스타트업은 자금 유치 확률이 무려 17.1배에 달했다. 이는 단순 기술 기반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전략적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기업이 투자 시장에서 훨씬 더 높은 신뢰를 받는다는 뜻이다.

특허는 기술을 보호하고, 상표는 브랜드를 보호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구축되었을 때 스타트업은 단지 ‘혁신적인’ 기업이 아닌, ‘방어 가능한 독점’을 가진 기업으로 인식된다. 이는 엑싯 가능성에서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특허·상표 출원만으로도 IPO·M&A 가능성이 2배 이상 상승, 출원 수가 20건을 넘으면 최대 5.9배까지 엑싯 성공률이 증가한다는 점은 스타트업 운영에 있어 IP 전략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 통계가 아니라, ‘전략’의 차이가 생존률과 자금력, 시장성공에 직결된다는 메시지다. 빠르게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들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기술과 브랜드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투자의 문을 여는 가장 빠른 방법이자,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준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지식재산권을 단지 법률 사무소의 몫으로 넘기지 말고, 창업 초기부터 창업가 자신이 ‘IP 전략가’로서의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허청의 스타트업 IP 패스트트랙, IP-R&D 연계 사업, 국제출원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출원 자체’가 아니라 ‘전략적 출원’이라는 점이다.

결국, 기술 창업의 미래는 ‘무엇을 만들었느냐’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보호하고 설계했느냐’로 바뀌고 있다. 자금조달과 엑싯을 꿈꾸는 창업가라면, 제품을 만들기 전, 혹은 시장에 뛰어들기 전,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이 기술과 브랜드를, 특허와 상표로 증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