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24년 만의 대격변… 9월부터 ‘1억 원 시대’ 개막
금융 소비자 보호의 새 장이 열린다.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조치가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예금 보호 한도가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이는 2001년 이후 24년 만에 이뤄지는 제도 개편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친 안전망 강화와 함께 예금자 불편 해소, 금융시장 신뢰 제고라는 다층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개정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보호한도를 설정하게 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을 포함한 6개 대통령령 개정안을 마련,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시행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은행·저축은행·보험·금융투자업권은 물론,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의 예금도 동시에 1억 원까지 보호받게 된다.
보호 대상은 원금과 약정 이자를 포함한 실지급액 기준이며,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은 가입 시점에 관계없이 전액 보호 대상이다. 단, 실적배당형 상품인 펀드·ELS·신탁 일부 상품은 기존과 같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등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진 특별계정 예금도 일반예금과 별도로 각 1억 원 한도까지 보호된다. 하나의 금융회사에서 퇴직연금과 일반 예금 계좌를 각각 가지고 있다면, 총 2억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제도 시행으로 인한 직접적 변화는 예금자의 실질적 재산보호 강화다. 기존에는 고액 예금자가 예금보호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 예치해야 했고, 이에 따른 번거로움과 정보비대칭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상향으로 인해 예금자 편의가 개선되고, 고액 예금의 집중도가 높아진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도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예금자들이 높은 금리를 찾아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경우 해당 금융사들이 유동성과 건전성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예수금 잔액, 고위험 대출 증가 여부,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등의 지표를 중심으로 조기 경보체계를 가동 중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업계의 준비상황 점검과 함께 통장 및 모바일뱅킹 등에 예금보호 관련 고지의무를 강화하고, 2028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예금보험료율 산정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제도 확대에 따른 금융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예금보험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 해석된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단순한 금액 증가를 넘어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한국의 예금자보호 수준은 미국(25만 달러), 유럽연합(10만 유로), 일본(1000만 엔)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이제는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