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년간 바다를 비춘 말도등대, 대한민국 첫 해양문화등대로 선정

2025-07-22     이혜숙 기자

고요한 서해의 외딴섬, 전북 군산의 말도. 1909년 처음 불을 밝힌 이 작은 등대가 116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다. 바다를 항해하던 배들의 길잡이에서 이제는 사람들의 문화와 감성의 나침반으로, 말도등대가 ‘등대해양문화공간’으로 전환된다.

말도등대는 해양수산부가 공모한 ‘등대해양문화공간’ 조성사업의 첫 번째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단순한 구조물로 남은 등대를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탈바꿈시켜 지역 재생과 해양관광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국가적 전략이다. 선정 이유는 명확했다. 말도등대는 100년이 넘는 역사성과 함께 서해의 빼어난 자연 경관, 접근 가능한 유휴 공간, 풍부한 문화 활용 가능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등대가 관광지로,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시대. 세계 각국에서는 오래된 등대를 카페, 전망대, 아트스페이스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도 본격적으로 ‘등대 재생’이라는 키워드에 발을 담근 셈이다.

말도등대는 116년 전인 1909년, 전북 최초의 등대로 세워졌다. 서해 어선과 중국 무역선의 안전항해를 돕는 항로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으며, 지금까지도 매일 밤, 서해에 불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기능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와 지역사회 활용도가 새롭게 평가됐다.

총 4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다. 등대 유휴 공간을 활용한 전시와 체험 콘텐츠 개발, 등대의 기능과 서해 항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기반의 미디어 전시, 그리고 방문객이 섬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설치, 진입도로 정비를 통한 접근성 확보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지역과의 연결’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가 공동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 해양문화와 관광자원을 연계해 섬 전체를 해양문화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단지 등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말도 전체가 하나의 관광 플랫폼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등대해양문화공간’ 조성사업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이후에는 교육·예술·관광이 융합된 지속 운영형 복합문화시설로 발전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말도등대 사례를 시작으로 전국의 유휴등대를 단계적으로 문화자산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등대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역사, 사람, 바다, 예술이 교차하는 복합의 상징물이다. 100년 넘는 말도등대의 불빛은 이제, 새로운 해양문화의 시작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