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동강국제사진제 개최, 동강사진박물관 20주년 기념 12종 전시 진행

2025-07-14     이치저널(each journal)

예술은 늘 새로운 형식을 발명해왔지만, 때론 그 형식이 스스로의 의미를 되묻는 순간이 있다. 사진이 그렇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사진은 과연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보존하며, 어떤 사유를 남기는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한 여름 강원도 영월에선 조용하지만 강한 반향이 울린다. ‘제23회 동강국제사진제’가 오는 7월 11일부터 9월 28일까지 80일간 동강사진박물관과 영월군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단순한 사진제가 아니다. 국내 최초 공립 사진 전문 박물관인 동강사진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는 해이자, 그 의미를 되새기는 12개의 전시가 ‘Museum Project’라는 주제로 집약된다. 사진이 ‘보존’과 ‘기억’의 매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박물관이라는 제도 속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를 묻는 이 프로젝트는, 사진이 박물관을 찍고, 박물관이 사진을 담는 메타 구조로 기획됐다.

 

 

주목할 전시는 단연 국제주제전이다. 구본창, 엘리엇 어윗, 토마스 스트루스, 프레데릭 구테쿤스트 등 세계 사진사의 핵심을 이룬 작가들과 더불어 ‘조지 이스트맨 뮤지엄(George Eastman Museum)’과 ‘알리나리(Alinari)’ 같은 세계적 박물관의 아카이브 자료가 동강에 모인다. 사진 그 자체를 넘어, 그것이 보관되고 재조명되는 공간—뮤지엄의 역사와 진화, 정치성과 공공성에 대한 질문이 사진을 매개로 펼쳐지는 셈이다.

특히 토마스 스트루스의 ‘Audience’ 연작은 뮤지엄이라는 공간이 시선을 어떻게 구성하고 감정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미묘한 통찰을 제공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을 역으로 찍음으로써, ‘누가 누구를 바라보는가’에 대한 질문이 뒤집힌다. 구본창의 ‘Vessel’ 시리즈는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닌 ‘사진’ 자체를 유산으로 삼는다. 사진이 기록이자 유산이 되는 순간, 박물관은 그 기록을 받아들이는 컨테이너로서 존재한다.

알리나리 형제의 기록은 뮤지엄의 진화를 보여준다.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박물관이 어떻게 시민의 공간으로 변화했는지를 아카이브 이미지로 증명한다. 동시에 조지 이스트맨 뮤지엄은 사진 매체가 어떻게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체계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기록이다. 1852년에 설립된 알리나리 아카이브와, 세계 최초의 사진 전문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조지 이스트맨 뮤지엄이 한국의 지방 소도시, 영월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다.

 

 

이번 동강국제사진제는 전시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과 부대 행사에서도 그 깊이를 확장한다. 작가와의 대화, 대학생 포트폴리오 리뷰, 포토저널리즘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은 사진을 단지 ‘보는 것’에서 ‘사유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다리 역할을 한다. 특히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선을 공유하는 ‘UPCOMING ARTISTS 영월 스토리텔링 사진전’은 향후 사진 문화의 진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실험 무대다.

올해의 동강사진상은 사진가 원성원이 수상했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총망라하는 회고전 형식의 전시를 통해, 한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시대를 통과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원성원의 사진은 실재와 허구, 일상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다. 무대처럼 세팅된 일상의 이미지들은 현실보다 더 강렬한 상징으로 다가오며, ‘보는 것’과 ‘믿는 것’의 경계를 흔든다.

동강국제사진제는 이제 단순한 지역 사진 축제를 넘어 세계 현대사진의 흐름을 모색하는 지점으로 진화했다. 그것은 사진의 경계와 역할, 박물관의 정체성과 공공성, 기록의 의미를 한데 묶어 묻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동강의 작은 박물관을 세계적 담론의 무대로 바꿔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