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쉼표가 필요할 때, 이젠 ‘치유농장’으로 떠나라
사계절 쉴 틈 없는 도시의 시간. 그러나 몸도 마음도 지쳤다면, 단 하루라도 농촌에서 '치유'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농촌진흥청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치유농업시설을 안내하고, 농업의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치유농업'의 구체적인 효과와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촌 체험이 아니다. 식물, 곤충, 동물, 자연경관 등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낮추고, 대인관계 회복이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과학적 접근이다. 특히 신체·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에겐 치료를 보조하는 공공보건의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강원 춘천의 ‘고은원예치료센터’는 허브와 식용꽃, 채소를 가꾸며 정서적 회복을 유도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식물을 심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을 돌보는 ‘치유의 시간’을 경험하고, 수확물을 활용해 비누·향주머니 같은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보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이 농장은 2023년 치유농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경남 김해의 ‘한림알로에’ 농장도 대표적인 치유농장이다. 이곳에서는 1만 5천㎡에 달하는 알로에 재배지에서 모종 심기와 수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알로에 슬라임 만들기’는 감각을 자극하며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는 촉감치료로도 활용된다.
이런 농장 정보는 치유농업포털 ‘치유농업ON’(www.agrohealing.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방문 전 사전예약이 필수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시설에 대해 품질 인증제를 운영 중이며,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치유농업의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청소년 대상 텃밭 프로그램은 폭력성과 우울감을 줄이고 스트레스 대처능력을 높였으며, 노년층 대상 텃밭 가꾸기는 우울지수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체지방률과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고혈압·당뇨를 가진 만성질환자의 경우 인슐린 분비능 지표(HOMA-β)가 47% 증가했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타액 코르티솔 수치가 28% 감소했다. 허리둘레는 평균 2cm 줄었다.
이처럼 농업은 이제 생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돌보고 몸을 회복시키는 자연 속의 병원이자, 사람을 살리는 대안이 된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생애주기별 치유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며, 치유농업을 국민 건강증진과 농촌 활력 제고의 핵심 축으로 키워갈 방침이다.
최소영 농촌자원과장은 “누구든 사계절 언제든 방문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치유농업시설을 조성하고 있다”며 “단 하루의 쉼이라도 치유의 농장에서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