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섬, 전남 강진의 숨은 진주 가우도를 아는가

2025-07-03     박미애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섬, 전남 강진의 숨은 진주 가우도를 아는가. 이름부터 정겹다. ‘소를 멍에에 메운다’는 의미를 가진 이 작은 섬은, 멀리서 바라보면 소가 멍에를 짊어진 형상 그대로 바다 위에 누워 있다. 강진만의 품 안에 포근히 안겨 있으면서도, 그 안에 펼쳐진 풍경은 결코 고요하지만은 않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잔잔한 풍광을 자랑하지만, 가우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여행자의 심장은 바삐 뛰기 시작한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출렁다리, 스릴 넘치는 짚트랙, 고즈넉한 섬 산책길, 그리고 바다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까지… 이곳은 단순한 ‘섬’이 아닌,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살아있는 풍경이다.

 

 

청자다리를 건너면 가우도에 도착할 수 있다.
산 정상에 청자전망대 - 모노레일이 운영되고 있어 이동하기 쉽다.

 

가우도는 전라남도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에 속한 작은 섬으로, 강진만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강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가우도는 육지와 육지를 잇는 2개의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8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강진만의 섬들 중 유일한 유인도이며, 그만큼 자연과 인간의 흔적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가우도의 매력은 무엇보다 ‘걷는 재미’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통해 섬에 입도하면, 총 2.5km 길이의 ‘함께海길(해길)’이 펼쳐진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내음에 취하고, 갈매기 울음소리에 발걸음이 느려진다. 길목마다 작은 쉼터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든다. 영랑나루 쉼터에는 고려시대 시인 김윤랑의 시구가 새겨져 있고, 다산 정약용 쉼터에서는 위대한 사상가 정약용의 동상 앞에서 잠시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는 울창한 후박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후박나무는 바닷바람을 이겨내며 자라나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수십 년 세월을 견뎌온 이 나무들 사이를 걷는 길은, 단순한 산책이 아닌, 시간과 자연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출렁다리’다. 강진만의 청정 바다를 가로지르는 청자다리(저두 - 가우도, 438m)와 다산다리(망호 - 가우도, 716m)는 그 자체로 하나의 랜드마크다. 바람이 부는 날엔 다리가 출렁이는 스릴을 즐길 수 있고, 밤이면 조명에 비친 다리의 불빛이 물 위에 일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청자전망대

 

최근에는 신규 150m 규모의 출렁다리와 함께 전망대, 짚트랙 시설까지 더해져 더욱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짚트랙을 타고 바다 위를 질주하는 경험은 가우도 여행의 백미다. 하늘과 바다를 가르며 섬과 육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짜릿함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필수 코스다.

 

강진군청 제공
강진군청 제공

 

산책과 짜릿한 체험을 모두 즐겼다면, 일몰 시간에 맞춰 섬 내 카페나 섬 입구의 작은 라면집에 들러보자. 창 너머로 붉게 물든 바다와 다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혹은 뜨끈한 라면 한 그릇은 세상 어느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최고의 만찬이다.

 

강진군청 제공

 

강진군청 제공

 

가우도의 매력은 자연경관뿐만이 아니다. 강진이 자랑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역사와 문학, 그리고 바다 마을 특유의 정겨운 인심이 이 작은 섬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걷다 보면 마주치는 해녀 할머니들의 웃음, 섬 곳곳에 숨겨진 조각상과 문구들, 바닷바람에 날리는 작은 깃발 하나까지도 그 모든 것이 이곳만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화려한 관광지만 좇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느림’과 ‘사색’, 그리고 ‘숨겨진 곳’의 가치를 아는 이들에게 가우도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바다 위를 걷고, 섬을 품고,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끼는 여행. 전남 강진의 가우도에서 그 특별한 시간을 경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