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가야금, 굿과 승무… 전통을 흔드는 파격의 무대 열린다

2025-06-24     이치저널(each journal)

조용한 전주의 여름 밤, 고요를 깨우는 북소리와 가야금의 음률, 그리고 무속의 굿판과 승무의 사위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낯선 듯 익숙한 이 조합, 바로 무형유산의 실험적 무대 ‘예능풍류방’에서 펼쳐진다.

오는 7월 2일과 5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 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연출한 창작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이름부터 묘한 ‘예능풍류방’은 예술성과 전통성을 동시에 담아내려는 시도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무형유산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롭게 짜 맞추는 실험 무대다.

이번 상반기 공연의 주제는 ‘새로운 여정’. 판소리고법, 가야금산조 및 병창, 경기도도당굿, 승무… 각기 다른 종목을 이수한 네 명의 전승자들이 협업을 통해 두 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첫 무대는 7월 2일 밤 7시 30분, 최만 이수자(판소리고법)와 정유경 이수자(가야금산조 및 병창)가 선보이는 <가야人鼓고>. 가야금의 고유한 선율과 북의 리듬이 주고받는 이 작품은 양철장구, 죽장구 등 복원된 전통 타악기를 활용하고, 구전 민요에 멜로디를 입히는 등 다양한 시도를 감행한다. 병창의 창법도 단순히 부르기보다 구음(口音)으로 악기의 음색을 모방해 표현하는 ‘구음병창’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이 돋보인다. 연출은 손혜선이 맡았다.

이어지는 무대는 7월 5일 오후 4시, 김영은 이수자(경기도도당굿)와 권효진 이수자(승무)가 준비한 <기억된 신명 x 생명의 DNA>. 신을 모시는 의례와 정제된 춤사위가 조우하는 이 작품은 굿의 정화, 해원의 구조 속에서 관객과 무대가 하나 되는 감각적 체험을 추구한다. 퍼포먼스 전반에는 ‘치유’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으며, 신명의 본질을 몸으로 풀어내는 흐름이 인상 깊다. 연출은 홍원기.

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6월 25일부터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www.nihc.go.kr) 또는 전화(063-280-1500, 1501)를 통해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이 실험적인 무형유산 공연은 단순한 볼거리 그 이상이다. 예능 분야 이수자들이 직접 창작자로서 무대에 오르며, 한국 전통예술의 가능성을 스스로 확장해나가는 장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창작 기반의 공연을 통해 전승자들의 예술 세계를 지원하고, 대중과 전통 사이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