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복합재난까지…최악에 대비한 ‘한울 광역방사능방재지휘센터’ 탄생

2025-06-19     이혜숙 기자

대규모 원전 사고가 현실이 되는 순간, 주민 보호를 위한 새로운 방패막이 울진에 세워졌다. 방사능 오염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한울 광역방사능방재지휘센터’가 문을 연 것이다. 이는 울산 울주에 이은 국내 두 번째 광역지휘센터로, 한울 원전에서 약 39km 떨어진 경북 울진군 평해읍에 위치해 있다.

정부는 이번 한울 광역지휘센터 개소로, 기존 5개 원전 인근에 구축된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와 함께 총 7개의 대응 거점을 갖추게 됐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와 같은 대규모 재난 시 현장 접근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 후쿠시마 사고 당시, 원전에서 불과 5km 떨어진 센터가 지진과 쓰나미로 고립돼 대응 기능을 상실하고, 결국 60km 떨어진 현청으로 지휘체계를 옮겨야 했다.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 현황

 

울진 현장지휘센터는 한울 원전에서 약 15km 지점에 위치하지만, 대규모 복합재난 시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광역지휘센터의 의미는 크다. 특히 이번에 개소한 한울 광역지휘센터는 연면적 2,000㎡ 규모로 내진 설계는 진도 9에 해당하는 면진 구조를 적용했고,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재난 대응에 필요한 설비를 갖췄다. 이곳에서는 방사선 측정, 영상회의, 위성통신, 제염작업까지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

센터는 ‘예방적 보호조치구역(PAZ)’과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UPZ)’이라는 국제기준을 토대로, 대규모 원전 사고 시 주민 소개부터 상황 관리, 사고 확산 차단까지 전 과정을 지휘하게 된다. 기존 현장지휘센터가 ‘속도’에 집중했다면, 광역지휘센터는 ‘지속가능한 지휘’에 방점을 둔다. 사고가 확산돼 기존 센터 기능이 마비되더라도, 보다 넓은 반경에서 끊김 없는 지휘와 주민 보호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광역지휘센터 개소를 계기로 2026년까지 전북 부안 한빛 원전 인근에도 세 번째 광역지휘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로써 원전 밀집 국가인 한국에서 전국적으로 균형 잡힌 방사능 재난 대응 체계가 갖춰지게 된다.

개소식에는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지역 자치단체장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면진 구조를 직접 확인하고, 상황실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점검하며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체험했다. 유공자 표창도 함께 이뤄지며 이번 개소의 상징성과 현장 협력의 의미를 되새겼다.

원안위는 앞으로도 지진, 지진해일, 다수호기 사고 등 복합재난에 대응 가능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국민 보호의 최전선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광역지휘센터 개소는 재난 속에서도 지휘의 끈이 끊기지 않는다는 상징적 전환점”이라는 최 위원장의 말처럼, 안전은 결국 시스템의 완성도로 증명되는 시대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