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까지 '제2회 예비문화유산 발굴 공모전' 진행…"국민 누구나 응모"
시대정신이 깃든 물건이 시간이 지나면 유산이 된다.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등장했던 굴렁쇠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그 순간의 기록이 이제는 보존과 계승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1975년 이후 형성된 근현대 유물 중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예비문화유산’을 발굴하기 위해 두 번째 공모전을 연다.
이번 ‘제2회 예비문화유산 발굴 공모전’은 6월 19일부터 8월 11일까지 54일간 진행되며, 일반 시민부터 민간단체, 지자체, 중앙부처까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역사적 사건을 상징하거나 생활사적 의미가 깊은 물건, 산업적·과학적 발전을 보여주는 자료까지 다양한 근현대 동산유물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해 제1회 공모에서는 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록도의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유품, 법정 스님의 의자, 에베레스트 등반기록 등이 선정돼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유물들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전환기와 인류애, 과학정신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올해는 특히 1975년 이후의 유물들을 중심으로 산업화, 민주화, 도시화, 생활문화의 흐름을 담아낸 유산 후보들이 발굴될 전망이다. 정치·행정, 산업, 생활, 문화·체육,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가 대상이다.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시대를 증언하는 것이 핵심 기준이다.
공모 방식은 신청자의 유형에 따라 나뉜다. ▲민간 주도형, ▲지자체-민간 협업형, ▲지자체 주도형, ▲중앙부처 주도형 중 선택해 신청하면 되며, 민간과 기관은 관할 지자체 문화유산 담당 부서에 먼저 신청서를 제출하고, 지자체와 정부 부처는 이를 총괄 정리해 국가유산청으로 송부한다.
접수된 유물은 서류 심사, 경진대회,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3개 부문에서 최우수상 1점, 우수상 4점, 장려상 5점을 포함한 총 10점의 우수사례가 선정된다. 이 중 일부는 향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서 예비문화유산으로의 공식 지정을 위한 우선 검토 대상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공모가 “근현대 유산의 체계적 보존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유산 선정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미래문화자원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문화유산은 단지 옛 물건이 아닌, 살아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은 시간의 단서다. 역사책에 담기지 않은 시대의 공기, 사라질 위기의 기억을 지키는 이 공모전에 어떤 유물이 새롭게 이름을 올릴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