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의 색에 숨은 진화 이야기...네눈박이 진돗개, 고대 늑대의 후예?
흰색, 황색, 호피, 검정, 그리고 네눈박이. 눈에 익은 진돗개의 다양한 털색은 단순한 외양의 차이로 여겨졌지만, 그 이면에는 수만 년 진화의 흔적과 유전자 변이가 숨어 있었다. 드디어 이 오랜 미스터리에 과학이 답을 내놨다.
농촌진흥청이 진돗개 112마리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한 결과, 털색을 결정짓는 주요 유전자(CBD103, MC1R, ASIP)에 진돗개만의 고유한 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네눈박이’라 불리는 블랙탄 개체에서는 외국 견종에서는 전혀 관찰되지 않는 특별한 변이가 발견돼, 진돗개의 유전적 독창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가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네눈박이 진돗개의 유전자형이 서유라시아 지역의 고대 늑대와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외양의 변이가 아니라, 진돗개의 진화 경로와 조상견의 뿌리를 짚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즉, 털색은 진돗개의 ‘과거를 말해주는 생물학적 증거’인 셈이다.
연구는 단지 색의 문제를 넘어서, 진돗개 품종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향후 국제 품종 등록 기준에서 진돗개가 공신력을 획득하는 데도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Genomics 2025년 3월호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도 받고 있다.
가축유전자원센터 한만희 센터장은 “토종개 진돗개의 유전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혈통 보존과 세계적 품종 위상 강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눈에 보이는 털색 하나에도 조상의 흔적과 과학적 근거가 깃들어 있다. 진돗개는 이제 외모를 넘어, 유전자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과학적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