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45%로! 9년의 도전, 설악산 눈잣나무 기적의 복원

2025-06-10     이치저널(each journal)

설악산 정상, 그곳에서만 살아남은 마지막 숲이 있다. 그 주인공은 '눈잣나무'. 국내에서 유일하게 설악산 대청봉에만 자생하는 이 고산 침엽수가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절멸 위기로 몰렸지만, 9년간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마침내 생존율 45%라는 반가운 신호를 보냈다.

 

설악산 눈잣나무 전경(대청봉)

 

2016년, 국립산림과학원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손잡고 설악산 훼손지에 눈잣나무 어린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바람이 거센 고산지대 특성상 어린나무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고, 생존율은 0%에 머물렀다. 절망의 시간이 흐르는 듯했지만, 과학은 포기하지 않았다.

해결의 실마리는 ‘바람막이’였다. 털진달래 등 주변 자생 식물을 활용해 바람을 막자, 눈잣나무는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생존율이 50%까지 오르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후 꾸준한 모니터링과 종자 확보, 후계목 증식이 이어졌고, 올해에는 일부 개체가 60cm 이상 자라며 자생환경 적응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눈잣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해발 1,500m 이상 고산지대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이 나무가 살아남는다는 건,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우리가 어떤 자연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바로미터다.

 

눈잣나무

 

그러나 과제는 남아 있다. 자생지 내에서 종자를 맺는 ‘결실’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올해부터 결실 부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2016년에 수집해 보관한 눈잣나무 종자를 다시 활용한 양묘 작업에 착수했다. 한편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스마트 증식장과 기후변화 스테이션을 구축해, 더욱 체계적인 보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눈잣나무 분포 현황

 

설악산의 눈잣나무는 이제 다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일상이 된 시대, 이 작은 복원의 성공은 단순한 ‘숲 복원’ 그 이상의 의미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앞으로도 이 유일한 숲을 지키기 위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잊혀진 숲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설악의 상징으로 남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