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에 등장한 그 거북이, 지금은 멸종위기…6월의 야생생물 ‘남생이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가야 건국 신화 속에서 신비한 존재로 등장했던 거북이, ‘남생이’가 현실에선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환경부는 6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토종 민물거북 ‘남생이’를 선정하고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남생이는 구지가(龜旨歌)에 등장할 만큼 우리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하천과 저수지를 오가며 살아왔던 이 거북이는 머리 양옆의 노란 줄무늬와 등껍질에 솟은 3줄의 융기선이 특징이다. 성체가 된 수컷은 온몸이 검게 변하는 ‘흑화 현상’까지 나타나며, 자연의 색이 주는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이 거북이는 하천 주변 수로와 논, 초지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잡식성이다. 수초의 뿌리, 곤충, 다슬기, 갑각류, 심지어 어류까지 먹으며 생태계 안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속이 느리고 은신처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특성상, 개발과 서식지 파괴에 치명적으로 취약하다.
여기에 더해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과 외래종 중국 남생이와의 경쟁까지 겹치면서 토종 남생이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 남생이는 국내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역시 ‘위기종(EN)’으로 분류해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임을 경고하고 있다.
남생이는 11월 무렵 동면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4월쯤 깨어난다. 짝짓기는 동면 직전인 10~11월에 이뤄지고, 암컷은 이듬해 6~7월경 땅을 얕게 파고 4~15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까지 약 두 달이 걸리는 이 알들은 수많은 생존 위협 속에 극소수만이 어미처럼 성장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민물 거북은 남생이와 자라 두 종뿐이다. 자라가 돼지코처럼 돌출된 주둥이와 평평한 등껍질을 가진 반면, 남생이는 불규칙한 노란 줄무늬와 산처럼 솟은 등껍질을 가진 모습으로 쉽게 구별된다. 그러나 사람들의 무관심과 불법 포획은 이들을 더욱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남생이를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행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보이지 않는 자연의 수호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법적 조치만이 아닌,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남생이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국립생물자원관(nibr.go.kr)과 국립생태원(nie.re.kr)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