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은 늘고 거래는 줄고…‘공급 폭탄’ 서울, ‘멈춰선 공사’ 지방, 미분양 2만6천호 '폭탄'

2025-05-30     정의식 기자

주택시장 분위기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서울은 공급 지표가 줄줄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건설 활황’ 국면에 진입했지만, 전국적으로는 착공과 분양, 거래까지 줄줄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전혀 다른 리듬을 타는 서울과 비수도권의 이중 구조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역성장세가 뚜렷했다. 분양과 거래는 지역을 불문하고 전반적인 위축세가 감지됐다.

 

 

서울의 4월 인허가 물량은 1,821호로, 지난해 666호 대비 무려 173.4% 급증했다. 연간 누적 물량도 16,787호로 134.5% 뛰었다. 착공 실적은 3,692호로 전년보다 240.6%나 폭등했으며, 준공은 8,575호로 전년 동월 대비 13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공사 크레인이 밀려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비수도권은 반대 흐름이다. 4월 인허가 9,765호로 전년보다 41.3% 감소, 착공도 54.6% 줄어든 6,692호에 그쳤다. 준공 물량도 12% 줄었으며, 4월 누적 기준으로는 15.6% 급감했다. 공급 사이클이 거의 마비된 수준이다.

 

 

전국 분양 물량도 20,214호로 전년보다 27.7% 줄었고, 4월 누적 기준으로는 무려 41%나 감소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수요 부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미분양 물량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67,793호로 전월보다 1.6% 줄었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오히려 5.2% 늘어난 26,422호에 달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만 21,897호가 쌓여있다. 집은 다 지었는데, 살 사람은 없다.

거래량도 부진했다. 4월 주택 매매는 전국 65,421건으로 전월보다 2.7% 감소했고, 특히 서울 아파트는 8,029건으로 무려 14.1%나 줄었다. 전월세 거래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의 관망 기조가 짙어졌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서울은 사업 재개에 나선 정비사업 물량이 쏟아지는 반면, 지방은 수익성 부족과 금융 부담으로 공급 축소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미분양 해소 없는 공급 확대는 또 다른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과 수요, 그리고 지역 간 온도차. 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전혀 다른 시간대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